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물결
최근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이에 따른 대북문제의 전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GPR(Global Posture Review)발언을 통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가진 이해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시사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는 이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동북아국가간의 관계가 역사와 영토에 대한 분쟁으로 인해서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으며, 미중일 3국의 사이에 있는 한국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정부사이에서 일어난 ‘독도문제’ 동북아 국가간 긴장상태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관계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여전히 미국이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한미동맹, 그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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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학과 전재성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냉전 질서의 종식과 9.11테러로 인해서 미국이 처한 국제정치적 환경이 변화하였고 이로 인해서 반도에서 가지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변화하였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은 미국, 일본, 한국 3국의 동맹의 동맹을 통해서 반테러 전선을 형성하면서 앞으로 지역적 패권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중국을 봉쇄하고자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이 과연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외교학과 하영선 교수는 동아일보에 ‘국제정치 큰일났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으면서 과거의 사고방식에 섣부른 방식으로 국제정치질서의 틀을 바꾸고자 하면 한반도에 큰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중국의 성장으로 동북아에서 힘의 역학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일본 3국간 관계가 역사분쟁과 영토분쟁으로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영선 교수는 현 상황의 해결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는 한국을 동북아의 조정자가 아닌 동북아의 소외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대북관계, 한미동맹 재조정의 파급효과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같은 거시적 질서의 변화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대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맞이한 것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서 기인한 바가 크지만,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도 일정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콘돌레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취임 초 연설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표현하였고, 폴 월포비츠 미 국방 부장관은 북한이 무조건적으로 6월 이전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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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제협력의 확대를 통해서 대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경제성장을 꽤하던 현 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북관계의 악화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말도 해주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한국, 중국 정부의 유화적 대응 혹은 미온적 대응이 북한이 더욱 과감한 벼랑 끝 전술을 펴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준을 높여나갈 경우 한국 정부는 대북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점점 잃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북아의 ‘조정자’로서의 한국을 위하여 전재성 교수는 “한미동맹이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을 넓혀나가는 쪽으로 재조정되어야한다”고 말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문제의 해결과 동북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생존이라는 두 가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미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균형자’는 아니더라도 ‘중재자’ 혹은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전 교수는 ‘지력균형’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협력을 다각화하고 다자적 협력체를 도출하는 것이 한국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에서의 거대한 변환 속에서 한국은 중심적 행위자가 될 것인지 배제되는 행위자가 될 것인지 결정한 시점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거시적 질서의 변화, 한미동맹의 재조정, 북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을 만나보았다. 전환기의 한국외교 서울대저널(이하 서) : 얼마 전 반기문 장관은 “한미 관계도 50년이 지나 근본적인 전환기에 들어가 있다.“고 발언했다. 했는데. 원의원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미동맹은 과연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원희룡(이하 원) : 냉전의 종식, 미국의 절대적 우위, 테러리즘과 같은 21세기형 안보위협의 등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세계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주한미군의 기동화 이에 따른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도 그간 한미동맹의 억지 대상인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 향후 통일의 동반자로 간주한다. 결국 그간의 “캥거루 외교”에서 탈피, 미국과 한국 이해관계를 잘 조절, 이의 교집합을 도출해 보다 성숙한 한미동맹을 그려보는 것은 이 시점에 당연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서 : 좀 더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육군 제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는 이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이다. 원의원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원 : 우선 대통령의 뜻은 참 좋다. 외교의 기본원칙은 자력+세력균형이라 생각한다. 만약 우리 힘이 근본적으로 제한되어있다면, 세력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는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균형자 발언이 한미동맹을 통해 지역 질서를 유지한 상태에서 안보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예컨대 탈미친중(脫美親中)과 같은 새로운 틀을 짜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데 있다. 만약 후자를 추구한다고 해도 균형을 통한 평화가 가능한 것인가? 과연 힘이 없는 데 자주(自主)와 같은 도덕과 명분만으로 외교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한 만큼 이제는 어미 캥거루 주머니에서 걸어 나와서 스스로 지역 내 평화체제를 구상해보려는 적극적 고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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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한국, 그 복잡한 함수관계
서
: 몇몇 논자들은 한미동맹을 현재와 같은 형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우리 안보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한다. 예컨대 중국과 대만과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한국은 미국 동맹의 일원으로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리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원 : 내가 알기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하면 한국군은 한반도 문제에만 개입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주한미군의 유동화이지 한국군의 역내 확산이 아니지 않는가? 허나 만약 양안문제가 커져 한국군이 개입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의회차원이건 정부차원이건 역내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최후의 순간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보라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항시 고려해야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만 문제 때문에 미중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군이 이에 자동 개입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재 밀접한 미중관계를 고려할 때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 듯 싶다. 서 :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한일관계의 불안이 궁극적으로 한미일 남방 3각 동맹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사설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일 공세가 한국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군사동맹에서 중국과 북한 쪽에 더 가까이 가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 : 그렇다면 한국이 주변국 눈치를 보면서 침략적 제국주의적 실체에 대해 입을 닫아야겠는가? 일본에 대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말해야한다. 한국은 자위대의 해외출병에 대해, 일본의 안보리 진출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도 실제 한일간 과거사와 같은 미묘한 문제가 개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며, 양국사이의 오래된 문제를 가지고 동맹의 해체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간 한일간 과거 문제가 제기되었어도 한미동맹이 잘 유지되어오지 않았는가. 한미동맹 조정과 자주외교 서 : 그렇다면 원의원은 중국, 일본 등과 관련해 한미동맹이 안고 있는 잠재적 문제점이 향후 긍정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것인가. 원 : 물론 북핵문제의 장기화 등 현 부시행정부의 강경노선 때문에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오히려 한미동맹 때문에 고조된 측면은 없지 않다. 하지만 한미간의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북한, 그리고 중국에 대한 발언권과 입지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부시행정부만 바라보고 미국의 외교정책 자체를 재단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부시행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 아닌가. 서 : 최근 우리 정부의 자주외교 주장 등이 한미동맹의 파열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많은데. 원 : 자주외교 논의는 실질적이기 보다는 관념적인 논의 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 듯싶다. 주한미군 유동화에 따라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이상 자주외교는 오히려 한미동맹의 변화방향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한미동맹을 유지한 가운데 이를 어떻게 변화 조정할 것인가 하는 과정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문제가 최근 붉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대만문제, 일본문제와 관련한 논란과 최근 한미간의 표출된 갈등은 충분히 향후 보다 성숙한 한미동맹을 이룩하는 데 조정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