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지정된 교과목들을 배운다. 매번 반복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대학교에 갈 수 있는지 평가받는다. 끝없이 반복되는 서열화 속에서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실패자로 여겨져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진다. 한편 몇몇 학생들은 소위 ‘왕따’로 불리고 학교 폭력에 노출된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꿈학교)에서는 기존 학교들과는 달리 시험을 잘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인해 학교에서 ‘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학교에서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한 또다른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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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매학기마다 학교 수업과정과 연계해 여행을 떠나가며 그 곳에서 진정한 공동체란 무엇인지를 배우고 돌아온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
1973년 난곡지역 ‘관악청소년 실업학교’로 시작해 2000년 ‘남부야학’으로 전환된 ‘꿈학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바뀌었다. 8-90년대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해존학력을 취득했던 것과 달리 2000년대에 청소년들 바뀐 사회에 좌절감을 느껴 낮에 일하지 않으면서 저녁에 야학을 다니지 않았다. ‘꿈학교’ 이현숙 교장은 “당시에 이들을 위한 배움터가 사라져 가는 상황이었다”며 2000년대 초반 열악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꿈학교’는 남부야학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배움터인 청소년 학교로 전환했다. ‘꿈학교’는 획일화된 입시 교육을 거부하는 학생,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 폭력에 시달린 학생,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나 학습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 학생들을 받아들인다. 문지혜 길잡이 교사는 “다양한 학생들이 꿈학교로 오는데, 그 학생들 중 몇 명은 정규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장기 결석을 했고 무기력증에 빠졌다”며 학생들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꿈학교’에서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이는 바로 ‘징검다리 학습’과 ‘나눔여행 학습’이다. 문 교사는 “상담센터인 ‘징검다리 학습’에는 주로 일상관리가 안되는 친구가 오고 대안학습 프로그램은 ‘나눔여행’”이라며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밝혔다. 정규 학교를 나왔지만 대안학교에 들어갈 의지가 없는 학생들은 ‘징검다리 학습’을 거치고 다시 정규학교로 돌아가거나, ‘나눔여행 학습’에 참여 또는 다른 대안학교에 들어간다. “‘징검다리’에서 1대 멘토링 상담을 통해 진로에 대해 얘기해보고 3·6·9란 단기 프로그램을 통해 대안학교를 잠깐 동안 체험해본다”며 문 교사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나눔여행 학습’은 바탕교과와 문화예술교과 그리고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된다. 오전에 진행되는 바탕교과에서 학생들은 주로 인문학을 배우고 오후 문화예술 수업에서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이 경험적인 활동을 한다. 문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은 길잡이 교사가 진행하는데 매학기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진행한다”며 “공동체, 생명, 지역사회와 같은 가치를 아이들 여행을 가서 직접 실천한다”고 프로젝트 수업의 의의를 밝혔다.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경험하는 교육으로의 여행 ‘꿈학교’에서 ‘여행’은 정규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문지혜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고 토론을 통해 우리가 갈 여행지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여행 후 발표회를 통해 활동에 대해 평가한다”며 여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했다. 학생들은 한학기에 한번씩 학년별로 1학년은 3박 4일, 2학년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로 도보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은 지역 나눔 여행의 일환으로 해비타트를 떠나거나 해외 프로젝트를 경험한다. 이러한 여행과 교과과정이 서로 연계돼 수업이 진행돼 언어과목에서는 여행 프로젝트와 관련된 읽기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한다. 그리고 철학 시간에는 나와 공동체의 관계, 나와 타인의 관계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데 그 중 2011년 1학기 때 학생들은 지역 나눔이라는 주제를 잡고 이와 관련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역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공부하면서 학생들은 왜 주거 빈곤층이 생기는지 사회, 경제, 정치, 역사적 문제 상황을 살펴봤다. 문지혜 교사는 “주거 빈곤층 중 홈리스에 관심을 가져서 부산에 있는 홈리스 자활공동체 ‘부활의 집’에 찾아갔다”며 여행지의 결정 과정을 밝혔다. “그 곳에서 학생들은 홈리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버리고 사회적으로 자립해 직업을 갖고 사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며 문 교사는 여행의 의의를 설명했다. ‘꿈학교’가 여행에 중점을 두는 배경에 대해 묻자 문지혜 교사는 “아이들이 책이나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회에 대해 이해해왔다면 여행을 통해서 직접 자신이 알고자 하는 사회, 사람과 만난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학생들은 여행을 통해 직접 공동체와 사회의 가치를 깨닫고 그 배움의 깊이가 더욱 더해진다. 장소의 불안정성,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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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이현숙 교장은 현재 꿈학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공간문제와 재정문제를 꼽았다. |
‘꿈학교’에서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자 이현숙 교장은 “특별히 지향하는 가치는 없지만, 학생들이 사회에서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학생들이 직접 민주주의와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 배우고 익히도록 하며 학생들은 ‘배려’를 배워나간다. 여행과 수업의 연계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서 묻자 이현숙 씨는 “수업과 연계에서 어려움은 없다”며 “아이들이 다양하다보니 갈등이 있으나 여행은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고자 가는 것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학교’는 재정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다수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라 수업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외부 지원금이나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인솔할 교사수도 부족하다. 한달 30만원의 수업료를 책정하는 ‘꿈학교’에서는 입학금이나 기부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수업후원금을 받는다. 이 교장은 “여유가 있는 학부모가 후원금을 더 내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평등을 이뤄가는 것이고 따라서 형평성에 맞다”며 학교의 재정 운영 상황을 설명했다. 이현숙 교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학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물리적 공간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학교 장소가 임대 형태다 보니 2년마다 ‘꿈학교’는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징검다리 학생들의 경우 장소 이동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학생들은 정규학교에서 나왔으나 다른 대안학교에 입학할 동기와 의지가 없어서 서울시내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징검다리 과정을 다니는 학생들은 정서적으로 이미 불안해하는 친구들이어서 이들에게는 쉼터와 놀이터 이자 배움터가 되는 복합적 공간으로서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2년마다 학교 장소를 옮기다 보면 아이들에게 안정성을 주기가 어렵다. 관조를 넘어 깊은 관심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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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꿈학교’에 남아서 발표회 준비를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 한발작 나아간다. |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간, 1주일에서 6개월 동안 직접 직업 현장에 참여해보고 피드백을 받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꿈학교’ 단독으로 아닌 지역 사회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진로교육은 몇 몇 직업에만 국한된다. 이현숙 교장은 “직업 체험이라 하면 소비 중심이나 유통 중심인 네일아트나 바리스타와 같은 직업을 소개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직업 특강 또한 변호사와 같은 특정 직종만 소개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꿈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볼 수 있는 직업체험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대학생들의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도 촉구되는 상황이다. ‘꿈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라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다양한 만큼 1:1학습과 멘토링이 필요해 자원교사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요즘 자원교사 연결이 잘 안 되고 연결이 되더라도 예전처럼 순수한 열의와 열정을 보기 어렵다”며 이현숙 교장은 “대안학교 학생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꿈학교의 교육철학에 대해 공감 하는 자원교사가 필요하다”며 대학생의 참여를 촉구했다. “대학생들도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 교장의 목소리에서 대안학교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한번 체험해보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대안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