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장종오
어제의 기억, 내일의 싸움, 그리고 몸짓……
열심히 일한 그대, 울어라.

어제의 기억, 내일의 싸움, 그리고 몸짓……

‘무대에 선 자신은 무대 밑의 그들이다.나의 얘기가 그들의 한을 끄집어 낼 때, 그들은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그 순간 그 곳은 또다시 전장이고, 난 그 싸움꾼들의 한을 몸에 싣는다.난 그들의 기억을 빌고, 그들은 나의 몸을 빌어 그곳을 승리의 싸움터로 만들어 간다.나와 곁에 있는 이들의 몸짓은 어제의 한을 풀고 내일의 싸움을 보게 한다.

‘무대에 선 자신은 무대 밑의 그들이다. 나의 얘기가 그들의 한을 끄집어 낼 때, 그들은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 그 순간 그 곳은 또다시 전장이고, 난 그 싸움꾼들의 한을 몸에 싣는다. 난 그들의 기억을 빌고, 그들은 나의 몸을 빌어 그곳을 승리의 싸움터로 만들어 간다. 나와 곁에 있는 이들의 몸짓은 어제의 한을 풀고 내일의 싸움을 보게 한다. 살아 있는 자들의 거친 호흡에서 그것을 느낀다.’ 봉천3동 철거촌 문화제에서 대여섯살 정도 먹은 애들이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춘다. 그 꼬마들의 춤에서 철거 용역들에게 맨 몸으로 달려들지만 팔다리가 다 부러지게 맞기만 하는 그분들을 생각한다. 세상에서 포크레인이 젤 싫다는 초등학교 3학년 꼬마의 말을 기억한다. 그래도 이곳이 내 삶 터기 때문에 떠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는 2살 짜리 아기 엄마의 눈을 기억한다. 다시 그 꼬마들의 춤을 본다. 살던 집은 없어 졌어도 신나게 웃으며 춤을 춘다. 한 여자애가 정말 귀엽게 뛴다. 꼭 이곳에 다시 이 애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생길 거라는 희망을 애써 가진다. “야~ 잘한다!” 하는 환호가 애들한테도 들리는가 보다. 어제 수색 철거촌에서 철대위 위원장님께 몸짓 동아리를 한다고 대답할 때, 문득 그 꼬마 애들이 생각났다. 후배 녀석이 학생들 집회 판에서 보다 이런 곳에서 마임하고 싶다는 말이 무슨 의미였을까. 아마도 그 친구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한 학기 동안 같이 지냈는데도 아직 너무나 소중한 생각들을 많이 함께 하지 못한 것 같다. 10명 남짓한 동아리 원들의 삶을 하나로 꾸려 간다는 게 맘먹은 데로 되지 않기도 했지만, 스스로 함께 하는 고민을 미뤄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내기들은 마임이나 제대로 가르치자고 생각도 했었고, 2학년 친구들에게도 혹시나 힘들어 할까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냐고 묻지도 못했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라고만 생각하진 않았을까… 하지만 못내 아쉬운 맘은 나와 그 친구들이 언제나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여백인지도 모르겠다. 하나하나 서로의 삶을 채워 나가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임을 다시금 느낀다. 첨에는 누군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춤추는 것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도 쑥스러워 하던 녀석들이 이제 내가 무슨 고민하는 지 다 안다는 듯이 구는 것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힘에 경탄한다. 작년 겨울에 왜 혼자서 몸짓 동아리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큰소리 떵떵 쳤을까. 지금 생각에 반쯤 미쳤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배짱으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관악에 중앙 몸짓 동아리가 생긴다고, 기대하라고 떠벌리고 다녔는지… 막상 내가 동아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지 않은 친구가 네가 몸짓 패 만들 거라는 얘길 들었다고, 잘해보라고 할 때에 말하지 못한 부끄러움. 동아리 하나 만드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운이 좋았다. 맞다, 운이 좋았다. 같이 한다고 찾아온 그 녀석들이 어쩜 그렇게 다들 춤도 잘 추고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는지. 동아리 방도 없고 나 말고는 선배들도 없고, 지금껏 쌓아온 것도 없는 공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생각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일년 동안 살아왔던 공간을 떠나서 성공할 수 있을 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곳으로 와서 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관악에 골패의 불바람을 일으켜 보자고 한 말을 믿지는 않았겠지. 빨리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나, 정말 쉴새없이 뛰어 다닌 것 같다. 모이자마자 개강 집회에서 공연하자고 옷 맞추고 마임 배우고 일주일 넘게 꼬박 연습하면서, 노동의 소리에서 섭외 들어왔다고 실력도 없으면서 분당까지 기꺼이 갔다가 택시 타고 돌아오면서, 건설운송 노조 분들에게 기대도 안 했던 환호성을 받았던 노천 강당 문화제 동영상을 보면서, 4.19 뜀박질의 끝에 정문으로 뛰어 와서 우리의 몸짓을 볼 수많은 관악의 학우들을 트럭 위에서 기다리면서, 그 유명한 4.30 문화제에 올라간다고 외대 구석에서 조용히 음악 틀어 놓고 무릎 저리게 동작 맞춰 보면서, 대동제 개막제에서 자우림을 기다리는 학우들에게 억지로 3곡이나 하고 나와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비오 듯 하는 날 강서 구청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함께 고생하고 기뻐하고 설레어하며 지냈던 하루하루가 한 학기를 즐겁게 돌아보게 한다. 개강이 며칠 안 남았군… 방학 기간 동안 2학기 때 몰아칠 수 있는 장비들을 준비하려고 고민했었는데, 불안 한 걸 보니 뭔가 부족한 게 많음이 분명하다. 내일 개강 집회 연습 시간에 동아리 애들한테 물어봐야겠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 될 건 없으니까. 수색 철거촌에서 애들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내일 연습 빡세게 해도 되려나 모르겠다. 개강하자마자 또다시 아크로에서 많은 학우들 만나야 할텐데, 아직 동작도 안 맞아서 큰일이다. 그래도 빨리 개강했으면 좋겠다. 몸이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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