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 표현의 자유 쟁취, 인간적인 영상의 발굴, 영상을 통한 인권교육 등을 기치로 내걸고 출발했던 인권영화제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제는 5월 20일(금)부터 26일(목)까지 7일간 인권운동사랑방의 주최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번 인권영화제에서는 어른들의 프리즘이 만들어 낸 시선에 묻혀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배제되어 온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영화제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해외 작품’, ‘국내 작품’, ‘비디오로 행동하라’, ‘사전제작지원작’ 등 5가지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총 32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영화제 개막작 은 WTO를 패러디한 웹사이트를 만든 것을 계기로 WTO 관계자로 오인되어, 세계 각지에서 열린 주요 경제 회의에 초청받게 된 신자유주의 질서에 저항하는 두 만담가의 행보를 쫓은 영화이다. 신자유주의의 허망함을 통렬하게 풍자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어 호평을 받았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영화제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무료 상영 원칙을 9년째 고수하여 영화제 준비 및 상영과 관련한 모든 과정이 자원활동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특히 이번 해에는 장애인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막 제작과 더빙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7회 때부터 자원운동가로 활동해왔다는 황지성(장애인접근권팀, 26)씨는 “일반 상업영화상영관은 비싼 대여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비주류 영화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만의 축제’로 인식되는 듯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권영화제는 여전히 ‘급진적 사회 운동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단신기사로 소개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영화제 개최 초기의 무관심한 주위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위치를 확립한 영화제의 의의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딱딱한 활자 속 인권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영상 속의 인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인권영화제는 5회 이후 매년 5월 셋째 주 무렵에 그 막을 올려왔다. 올해가 이미 늦었다면 내년 이맘때의 영화 나들이 계획을 미리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