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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3월 14일 아랍에미리트에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세 기의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려 방사능이 누출됐다. 누출된 방사능은 사고 발생지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규모 9.0의 지진 발생 때문에 시작됐다. 이에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원전 안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흘 뒤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가했다. 한국의 원전수주사업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원전 안전성에 대한 성찰 없이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월 12일에 고리 원전 1호기가 전기 차단기 고장으로 운행을 멈췄다. 이에 대해 원자력 에너지는 과연 안전한지, 정부와 언론의 태도는 어떠한지를 살펴봤다. ‘깨끗하고 안전한 행복 에너지’, 원자력?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안전설비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누출이라는 발생 가능한 최악의 사고를 낳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원전은 안전한 것인가? 서균렬 교수(원자핵공학과)는 한국과 일본의 원자로의 차이를 지적하며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일본의 경우 원자로가 각진 형태로 설계돼 있어 수소가 한쪽에 모여 폭발할 위험이 크다”며, 둥근 돔 구조의 한국 원자로는 수소가 분산돼 폭발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의 경우 원전 1, 2, 3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자로가 붕괴됐지만 한국의 원전에서는 폭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 원전은 1차 냉각수가 순환을 통해 증발하지 않고, 격납 용기가 커 압력 상승에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한국은 고장 등으로 인한 원전 운전 중단 비율인 비계획발전손실률이 0.6%로, 세계 1위의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발전 또한 원자력 발전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발전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된다는 설명이다.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와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격납용기도 한국수력원자력발전이 믿는 주요한 안전 대비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후쿠시마에서는 방사능이 누출됐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스스로도 “모든 기계가 그렇듯이 원전도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해서 건설하고 운영하더라고 고장이나 사고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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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균렬 교수(오른쪽,원자핵공학과)는 한국의 원전은 일본의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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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무영 교수(왼쪽,물리천문학부)는 ‘원자력 발전’이 아닌 ‘핵발전’이 맞는 표현이고, “안전한 장치란 없으며 원전 사고시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원전, 100% 안전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짓지 말아야” 최무영 교수(물리천문학부)역시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한 완벽한 안전조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원자로의 안전성은 불확실하며 핵발전소의 고장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에 이용되는 안전장치의 수명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최 교수는 핵발전소의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안전장치가 빠르게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를 설계, 제작한 고토 마사시 박사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에 따르면 고토 마사시 박사는 한국의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강연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를 지을 당시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후쿠시마 사고를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가 날 때마다 이것만 고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결코 완벽하게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전사고는 발생 가능성이 낮을지라도 한 번의 사고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크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고토 마사시 박사도, “현시점에서 원전이 100% 안전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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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위성사진. 이곳 원자로의 격납용기를 제작한 고토 마사시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를 지을 당시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후쿠시마 사고를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또한 원전의 통계적 실적만을 높이기 위한 내부 방침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전성을 해치는 요소이다. 한국은 고장 등으로 인한 비계획발전손실률 0.6%를 기록하며 세계 1위의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에 따르면 한국의 한 원전 관계자는 “원자로 가동 중 이상이 발견돼도 운전 중단은 엄두도 못 낸다. 현장에서 적당히 조치하고 넘어가곤 한다. 원자로가 멈추면 큰 손실이 나고 운전자들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안전성 세계 1위의 실적이 실질적인 안전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정부의 은폐와 축소 속에 운영되는 시한폭탄 ‘원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한국 정부는 편서풍을 근거로 들어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한국으로 올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정부의 예상경로와 달리 북쪽의 시베리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됐다. 이렇게 정부가 부정확한 예측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견제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견제를 배제하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발전 김종신 사장은 최근 고리 1호기 정밀 안전진단에 시민단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정부 측에 요청했으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시민단체의 참여를 배제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시민단체 측에 5천 4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검사결과의 열람만을 허용하고 촬영과 기록은 금지했다. 이에 대해 부산환경운동연합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핵발전당국은 코미디같은 정보열람과 서류로만 진행한 정밀진단을 통해 점검기간의 반 이상을 축소하면서 고리1호기 재가동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또한 원자력 산업의 폐쇄성을 드러낸다. 5월 11일에는 부산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시민단체의 참여가 배제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반핵시민대책위원회는 부산시장 면담과 발족회의 참관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됐다. 원자력에 대한 정보독점화 현상 때문 언론의 대응은 어땠을까? 언론은 정부의 발표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답습하거나 비판하는 양상을 보였다. 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흘 후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일본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국내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한편 은 “한국 원전이 적용한 가압경수로 방식이 후쿠시마 원전의 비등경수로 방식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위험하다는 시각이 나온다”며, 정부 측의 주장을 제시하고 이를 비판했다. 이렇듯 언론의 원전 안전성 논의는 정부의 주장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렇듯 언론이 정부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심층적 보도는 드물다.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는 “원자력 산업계 내부에는 핵 마피아로 불리는 내부집단이 강력히 구축돼있다”며 원자력 산업 내부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를 ‘체르시마’ 사고라고 지칭하는 서균렬 교수는 “두 사고 모두 정부가 국민에게 사고 직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괜찮다고 일관했다”며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사실을 은폐해 문제가 확산됐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부를 견제하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심층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시민단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개 불가를 통보받는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이는 시민단체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거부한 것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얼핏 정부의 정보독점 자체만을 비판할 수 있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 책임이 여론에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소장은 정부와 언론의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에 대해 “체르노빌 사고 후 20년 동안 정부를 견제하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핵안전 문제에 둔감해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여론의 견제소홀이 정부와 핵산업계의 정보독점을 강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선행돼야함을 꼬집었다.원전 수출이라는 특수한 상황과의 개연가능성도 있어 한국의 원전 정보 비공개 문제는 그 원인이 비단 국내의 원자력정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전산업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설정하고 있고 2009년 12월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서쪽 지역 브라카에 원전 수주권을 획득했다. 현재 인프라 구축작업이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네기를 완공할 예정이다. 수주권을 획득한 2009년 당시 언론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를 ‘400억 달러 규모의 사상최대 해외수주’, ‘UAE의 기적’, ‘국운이 따라준 일’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차츰 원전수주 준공비용에 있어서의 국민세금 사용, 핵폐기물처리 책임 문제 등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 논란은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 안전성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피해상황 등에 대한 문제의 진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나 언론의 정보함구가 단순히 원전이나 방사능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원전수주의 계약이나 안전성에 관한 내용 역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예용 소장은 정부나 언론의 미온한 정보공개 태도에 대해 원전수주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5월 19일, 지식경제부는 원전산업을 더욱 육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의 에너지자원실을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에너지산업정책관·원자력산업정책관로 세부편성하면서 원자력분야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결정했다.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최예용 소장은 “원전 수입국의 입장에선 수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여론을 당연히 짚어볼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의 수출국인 한국의 입장에선 자국의 원전기술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태도의 원인을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부분의 언론은 원전만이 아니라 군수산업, 즉 살상무기 수출을 국익이라며 대서특필한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원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원전수출이 외화벌이의 새로운 수단이라는 시각이 원전에 대한 예리한 지적을 막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언론의 보도가 “원전이 국익이라는 하나의 가치판단을 주입해 원전수주를 비판하면 매국”이라는 틀을 형성했다며 비판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의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일침했다. 이처럼 원전수주를 이유로 정부는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감추게 되고 언론은 원전에 대한 긍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해 비판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정보의 투명한 공개 필요해 하지만 정확한 정보에 따른 객관적 비판 없이 긍정적인 평가 속에 진행되는 원전수주는 후쿠시마 사태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원전은 100%안전이 보장될 수 없기에 사고발생률이 있을뿐더러 원전을 수출함에 있어서 원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수출국에 있다. 원자력에너지를 수출주력산업으로 설정해 원전의 보급을 추진하는 현 정권의 임기는 5년에 불과하지만 원전건설에 대한 자국의 책임은 무한히 연장된다. 따라서 정부와 소수의 관련업체가 단기적인 손익을 따져 원전건설을 시행한 후 국민 전체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후세에 시한폭탄을 건네주는 셈”이라고 최예용 소장은 비유한다. 원전수주가 국익이 아닌 오히려 손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최무영 교수 역시 기정사실화된 핵발전의 경제성이 “사고 시의 파국적인 결과를 따지지 않고 안전하다는 가정에서 나온 근시안적인 분석”이라며 허구적 맹신임을 주장한다. 더불어 그는 과학 관련 산업이 사회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는 “산업에 대한 방향성 결정함에 있어서 정보소유자가 핵발전의 안전성, 지속가능성, 경제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며 입장을 피력했다. 원자력산업은 그 위험성이 굉장히 큰 산업인 만큼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는 이에 대해 방관하고 둔감해졌던 한국 여론의 인식 및 정부의 정보독점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이번 사고가 가져다 준 경고에 대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시민들의 자성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