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 태양만큼 언론노조의 여름도 뜨거웠다.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본부 노조)는 29일간 제작현장을 떠나 파업을 진행했다.잠잠해보이던 에서는 ‘PD 수첩’이 불방되며 다시 갈등이 표면화됐다.예상대로 언론노조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었다.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7월 1일 파업 돌입 본부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7월 1일부로 파업에 들어갔다.

뜨거운 여름 태양만큼 언론노조의 여름도 뜨거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본부 노조)는 29일간 제작현장을 떠나 파업을 진행했다. 잠잠해보이던 에서는 ‘PD 수첩’이 불방되며 다시 갈등이 표면화됐다. 예상대로 언론노조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7월 1일 파업 돌입 본부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7월 1일부로 파업에 들어갔다. 단체협상에서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설치와 노조전임자 수 등 여러 사안에 대한 사측과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부 노조는 2주간의 조정기간을 거치는 등 사측과의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파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는 ‘KBS 노조조합’과 ‘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로 나눠진 상태이다. 이번 파업은 단체협상과 2주간의 조정기간, 노조원 총투표를 거친 합법적인 파업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새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본부 노조의 29일간의 긴 파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파업은 이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의 억압된 현실이 표출된 것”이라며 이번 파업이 필연적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런 까닭에 광장에 모인 새노조원들은 모두 ‘를 살리겠습니다’ 라는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붕괴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무너지는 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업에 참여한 KBS 새노조 노조원들이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파업에 임하고 있다. 언론노동조합물론 파업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PD, 기자 등 제작인력의 상당수가 본부 노조에 속해있었지만 사측의 대체인력투입과 비노조원들의 방송제작 참여로 파업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언론의 상당수도 파업에 대해 침묵했다.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인 파업이었음에도 국민들의 가까이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제작에 차질이 생긴 경우에도 사측은 ‘ 본부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방송이 결방됐다’며 방송 파행을 새노조의 이기적인 행동 탓으로 돌렸다. 파업 기간 내내 사측은 파업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파업의 잘못을 새노조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하지만 본부 노조는 포기하지 않고 29일간의 파업을 진행했다. 정체에 빠졌던 노조원 수도 파업 기간 중 200명이 증가해 1000명을 돌파했다. 본부를 넘어 지방에서도 조합원이 생겼다. 엄경철 위원장도 “파업 기간 중 행동을 통해 우리의 정당성을 보여준 결과로 조합원 수가 200명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파업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본부 노조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소리다. 7월 30일 파업잠정중단 결정파업의 열기가 여전히 뜨거웠던 7월 30일 사측과 본부 노조는 합의문을 작성하고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처럼 현장으로 돌아가 공정방송을 위해 싸움을 계속해나가고 사측과는 다시 단체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권오훈 본부 노조 정책실장은 “파업이 완전히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부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파업의 의의를 밝혔다. 지난 2년간 편파방송, 정권홍보방송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력하게 있던 내부구성원들이 스스로 각성했다는 뜻이다. 권 실장은 이를 두고 “내부 구성원들의 우울증을 치료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기력했던 구성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자신의 소신대로 방송을 만들 수 있는 활력을 회복한 것이 파업의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다.

엄경철 위원장은 “시청료 인상을 위해서는 ‘국민의 곁에 있는 공영방송 KBS’가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파업이 끝난 이후 곧바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사측에서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와 기자 조합원 3명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 주말 ‘9시 뉴스’의 김윤지 아나운서와 2TV ‘뉴스타임’의 이수정 기자, 그리고 ‘비바K리그’의 이재후 아나운서 3명이었다. 본부 노조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파업을 중단 후 불필요한 징계를 최소화하기로 한 노사간의 합의를 사측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권오훈 실장은 “해고, 감봉 등의 징계는 법원에서 시비를 가리면 되지만 이와 같은 인사이동을 통한 징계는 시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파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작성한 합의문에 대한 비판도 시민사회 측에서 제기됐다.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노사가 합의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공방위 설치와 수신료현실화를 새노조가 사측과 ‘빅딜’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수신료 인상을 두고 과도한 국민 부담이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KBS 2 TV의 광고 물량을 향후 신설된 종편 채널에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던 시기였다. 엄경철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광고로부터 독립해 자유롭게 자본권력을 감시,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엄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의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가 정치와 자본 권력을 비판 견제하는 모습을 우선 보여야하다는 뜻이다. 권오훈 정책실장도 “수신료 인상이 일방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과도하게 늘리고 조·중·동에 광고를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면 새노조는 수신료 인상에 적극 반대할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 논의에서 새노조의 역할을 기대해달라”고 주문했다. 파업 종료 이후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윤도현 씨가 1년 4개월만에 에 출연했다. 상지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근황이 보도되기도 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는 작은 증거였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곁에 있는 공영방송 ’는 아직 요원해보인다. 얼마 전에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취재한 ‘추적 60분’이 불방됐다. 방송불가 이유는 ‘추적 60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본부 노조 측은 “정권에 의해 낙점된 낙하산사장들과 그 수족 노릇을 하는 이른바 ‘간부’들이 정권에 대한 비판은 물론 조금의 불리한 내용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관제언론인에 불과하다”며 ‘추적 60분’ 불방을 결정한 시사제작국장을 비판했다. 새노조의 파업은 7월 30일 ‘잠정’중단 됐을 뿐이었다. , 다시 태풍의 핵으로 는 여름동안 잠잠했었다. 39일간의 파업이 끝난 후 현장투쟁으로 돌아간 노조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해고를 포함해 42명의 노조원들이 징계되는 등 파업이 노조에 남긴 상처는 깊었지만 사측은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노조와의 소통을 거부했다. 5개월 전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 국민 앞에 약속한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고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고소하면 자신은 물론 회사도 죽는다는 이유였다. 이근행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을 “자신의 약속을 수차례 헌신짝 버리듯 어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사장 선임과정에서 정권의 ‘조인트 발언’에 대한 해명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측과 노조의 관계도 39일 간의 파업이 끝난 5월 13일 이후 한 치의 전진도 없어보였다.

8월 18일, MBC 로비에는 여전히 파업이 남긴 상처가 자리잡고 있었다. 상황이 급변한 건 8월 17일 저녁이었다. ‘PD 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불방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들끓기 시작했다. 시작은 ‘PD 수첩’ 방영 앞두고 벌어진 김재철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였다. ‘PD 수첩‘ 방영 전에 김재철 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앞에서 상영회를 열라는 지시였다. ‘사전 시사’ 요구를 제작진이 거부하자 김재철 사장은 방영보류를 지시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이 시사하지 않는 한 내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토부가 제기한 방송중지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돼 방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다. ‘PD 수첩’ 제작진은 성명을 내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은 의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모든 제도적 검증을 거친 프로그램”이라며 사전시사를 거부한 것이 방송불가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이 시사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국장책임제’에 근거한 것이다. 국장책임제는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을 관련 국장과 실장에게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 동안 국장책임제는 방문진이 사장을 선임하는 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여겨져 왔다. 이근행 위원장은 “국장책임제는 정치적 판단을 떠나 언론인의 양심과 책임의식에 기초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제도”라고 국장책임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김재철 사장의 시사요구는 국장책임제를 부정하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방송을 사전에 검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PD 수첩’ 결방은 김재철 사장의 아둔하고 무리한 결정”한편, 이번 ‘PD 수첩’ 결방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반응 역시 뜨겁다. ‘PD 수첩’의 결방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인 만큼 정치적 판단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PD 수첩’ 방영을 촉구하며 현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이번 결정이 현 정권에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PD 수첩’의 방송을 보류했는데 오히려 4대강사업 특별팀의 존재에 이목이 집중되고, 현 정권의 언론장악시도가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서 자충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근행 위원장도 “김재철 사장의 이번 결정은 아둔하고 무리한 결정”이라며 이번 ‘PD 수첩’ 결방 결정을 비판했다. ‘PD 수첩’이 결방된지 1주일이 지났지만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의 방영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근행 위원장은 “빠른 시일 안에 방송을 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사교양국 PD들 역시 “이번 문제를 푸는 지름길은 김재철 사장이 전 구성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다음주에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정상적으로 방송하게 하는 것”이라며 “만약 다음주에도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방송되지 않을 경우 시사교양국 PD들은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 역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결방을 “언론 유린이요 만행”으로 규정하고 방영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언론이 4대강을 비롯해 논란이 되는 문제를 다루고, 이 방송을 통해 건강한 논쟁이 벌어지는 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PD 수첩’ 방영을 통해 예상되는 논쟁을 정권과 사측이 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와 의 경영진은 ‘PD 수첩’, ‘추적 60분’과 같이 정치적 논란을 가져올 소지가 있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회피하고 있다. 와 모두 큰 파업을 겪었지만 경영진의 ‘현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파업에 참여한 KBS 새노조 노조원들이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파업에 임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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