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
30년 전만해도 새내기들을 설레게 하는 지금과 같은 새터는 없었다. 1970년대 학교를 다녔던 임현진 교수(사회학과)는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새내기’라든가 ‘새터’라는 말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신 70년대엔 학과별로 입학 전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해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만들었다. 사범대 학생회장 신현길(지구과학교육 02) 씨는 “신입생 환영회는 70년대 이전에는 학생회가 아니라 전시에 정부가 만든 학생조직인 학도호국단에서 주관했다”고 말했다. 새터는 80년대에 들어서야 등장했다. 새터에서는 본부에서 주관하는 오리엔테이션(OT)과는 달리 대학생들의 생각과 고민을 마임, 민가, 촌극 등이 어우러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풀어본다. 새터는 새내기들이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단과대별로 새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조금씩 다르다. 일부 단대에서는 09학번 새내기에 ‘위장 새내기(프락치)’를 둔다. 위장 새내기는 선배가 09학번인 척 속이는 일종의 가짜 새내기다. 위장 새내기들은 가명을 사용하는데, ‘나형임’, ‘공칠임’, ‘서언배’, ‘임영박’ 등 재치있는 이름을 사용한다. 사회대와 인문대에는 ‘해방5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팅팅탱탱’, ‘판뒤집기’, ‘영화·드라마 이름맞추기’, ‘초성 게임’, ‘OX게임’ 등을 하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촌극(어울마당) 농생대, 법대, 사회대, 생활대 등의 새터에서는 새내기들이 반별로 촌극(단편 연극)을 꾸민다. 농생대 부학생회장 어효성(작물생명과학 04) 씨는 “새터에서 촌극의 역할은 새내기들이 직접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것을 극으로 표현하면서 내용을 함께 알아가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촌극은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주제를 새내기가 간접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농생대의 경우 인간관계, 학점, 농대컴플렉스, 연애 등 대학생활에 관련된 주제를 다룬다. 한편 사회대의 촌극 프로그램인 ‘어울 마당’에서는 비정규직, 학점 경쟁, 정상과 비정상, 여성주의 등의 사회적 담론에서부터 녹두에서 방구하기 등 실생활의 문제도 다룬다. 촌극은 모든 과 새내기들이 참여하는데, 각 팀이 창의적으로 극을 꾸미면서 친목을 다지는 게 숨겨진 목표이기도 하다. 또한 다함께 짠 극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무대의 인기에 따라 안주 등의 상품을 받는 단대도 있다.민중가요(민가) 관악에서 민가의 역사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에서 최초로 결성된 노래패는 ‘메아리’로, 민주화를 위한 노래운동의 구심점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이후에는 관악 모든 단과대에 노래패가 생기게 되었다. 단과대별 노래패에는 법대 ‘동맥’, 사범대 ‘길’, 약대 ‘아우성’, 인문대 ‘함성’, 자연대 ‘소나기’ 등이 있다. 서울대 내에는 이들이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기 위해 ‘관악노래패협의회’가 만들어져 있다. 과거 대학 노래패는 독재에 저항하는 상징이었다. 투박하고 씩씩한 투쟁가 풍의 민가는 각종 집회에 빠지지 않고 불렸다. 하지만 오늘날의 민가는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주제로 담아 부르고 있다. 노래패들이 밴드처럼 창작곡을 만들어 부르는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올해 사범대 새터에서도 노래패 ‘길‘은 직접 창작한 곡을 불렀다. 사범대 ‘길’의 김은희(교육학과 07) 씨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교육투쟁, 통일, 노동문제, 인권문제, 반전, 교육, 환경문제 등 사회의 문제에 주목하고 고발하는 노래를 많이 부른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최근 민가에 현재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는 노래가 많다는 점을 보면서 민중의 정신,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민중가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구재윤(과학교육 09) 씨는 “민가는 대학와서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그래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신선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민가로 잘 알려진 곡에는 ‘광야에서’나 ‘타는 목마름으로’와 같은 해방을 갈망하는 곡뿐만 아니라 ‘왼손잡이’, ‘벗들이 있기에’와 같이 다소 세련된 곡들도 있다. 앞으로는 노래패 공연을 들을 때는 노래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보자. 마임 새내기들이 ‘마임’을 처음 들었을 때 ‘팬터마임’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터 때 접하는 마임은 이와는 달리 ‘율동, 몸짓’을 말한다. 마임은 쉬운 동작의 반복으로 이뤄져있어 누구나 따라하기 쉽다. 사범대 몸짓패 ‘꾸러기’의 서임순(생물교육 03)씨는 “서울대에서의 마임은 90년대 후반에 시작했다. 수많은 마임들이 있는데 이 중 ‘달려달려’, ‘바위처럼’ 등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마임이다. 예전에는 노동자, 운동권들이 마임을 했지만 이제는 마임이 운동권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새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양한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며 대학생 문화로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새터 때 추는 귀엽고, 신나는 마임은 ‘기동무’라고 한다. 반면 ‘선동무’는 민족통일, 투쟁, 파업 관련 집회에서 전의를 일으키는 마임으로 속칭 ‘칼마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임으로 잘 알려진 교내 중앙 동아리로는 ‘골패’가 있다. 단과대 별로는 농생대 ‘들풀’, 사범대는 ‘꾸러기’, 자연대는 지금은 사라진 ‘동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