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불편해도 좋다

photo1우리 엄마를 떠올려본다.요즘 유난히 정이 가는 가수 모 그룹의 멤버를 떠올려본다.또 이번 학기 가장 빡센 수업의 교수님을 떠올려본다.아직까지 이 기자수첩 마감 안한 나 때문에 속 끓이고 있을 편집장 도 떠올려본다.내 머리 속에는 그 사람들의 얼굴이 달랑거린다.난 언제부터인가-어쩌면 아주 처음부터- 한 사람을 머리 속에서 이미지로 떠올릴 때는 얼굴을 그 대상으로 하게 됐다.

photo1우리 엄마를 떠올려본다. 요즘 유난히 정이 가는 가수 모 그룹의 멤버를 떠올려본다. 또 이번 학기 가장 빡센 수업의 교수님을 떠올려본다. 아직까지 이 기자수첩 마감 안한 나 때문에 속 끓이고 있을 편집장 도 떠올려본다. 내 머리 속에는 그 사람들의 얼굴이 달랑거린다. 난 언제부터인가-어쩌면 아주 처음부터- 한 사람을 머리 속에서 이미지로 떠올릴 때는 얼굴을 그 대상으로 하게 됐다. 어떤 표정의 얼굴이 떠오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말이다. 한 사람이 영육(靈肉)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할 때, 육(肉)은 비단 그 사람의 얼굴만이 아닌 형상 전체를 포괄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을 떠올릴 때는 마땅히 그 肉 전부를 떠올리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나는 그 중 얼굴만을 떠올리는 것일까. 얼굴이 제일 시선이 닿기 좋은 위치에 있고, 그래서인지 많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신체 부분보다는 사람마다 뚜렷이 특징지을 수 있게 생겼다는 이런 몇 가지 이유를 대본다. 솔직히 한 사람의 신체 전부를 아니 전부는 못하더라도. 다만 얼굴만큼 노출이 많이 되는 손이라도, 손톱 모양이나 손금이라도 기억하는 일은 어렵고 불편하고 피곤한 일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얼굴을 타겟으로 삼아 그 사람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얼마나 편리하며 손쉬운 일인가. 생각을 돌려 서울대학교 학생을 떠올려본다. 범위가 너무 확장된 명제이므로 바꾼다. 서울대학교 학생을 대변할 수 있는 ‘얼굴’적인 존재를 떠올려본다. 개인적으로는 친구들이나 선배들, 교수님들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학생회가 떠오르고 총학생회장이 떠오른다. 비록 그들 또는 그가 나를 포함한 전체 학생들을 완전히 대변하지는 못하더라도, 관악 2만 학우의 얼굴을, 2만 학우의 의견을 떠올리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리하고 손쉬운’ 생각이다. 조직에 대표가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핵심이 되는 존재는 조직의 기조 또는 활동 내용 설정에나 대외에서 그 그룹의 타겟을 설정하는 데-예를 들어, 이번 기획기사 인터뷰를 각 단대“장”, 자치단위“장”들과 했던 것처럼-에서의 혼란을 제거해 놀라울 정도의 편리함을 조직내외에 제공한다. 그렇다. 그것은 확실히 편리하다. 그러나 동시에 폭력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 ‘조직’을 대변하는 대표의 입장이 포괄할 수 없는 ‘조직’원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이라크 파병 등 한국의 미국에 대한 외교적 입장에 동의하는 한국인이 있으며, 서명운동을 벌이며 반대하는 한국인이 있다. 쌀 개방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국인이 있는가 하면, 할복을 하며 협상을 저지하려는 한국인이 있다. 서울대학교에는 총학생회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대표의 존재는 편리와 위험을 수반한다. 그러나 대표가 없다고 그 위험이 감소한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며, 조직 내부 논의의 난항으로 오히려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옛날 청동기 시대 때는 군장이 있었고, 조선 시대에는 왕이 있었으며 대한민국 시대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로 볼 때 옛날이나 지금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 싶다. 그러나 항상 인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얼굴’이, ‘대표’가 가지는 위험성을. 그리고 가끔은 떠올려봐야겠다. 엄마의, 발등에 점이 있던 왼쪽 발을, 모 그룹 모 멤버의 탄탄한 장딴지를, 편집장의 초승달 없는 손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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