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호암, 출구는 있는가

호암교수회관(회관) 노조의 파업이 3개월 째를 맞고 있다.노조는 기존의 단체협약(단협)이 해지됨에 따라 8월 8일 본부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8월 22일에는 노조 파업 이후 최초로 본부 로비를 점거한 집회가 있었고, 청원경찰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청원경찰 간의 몸싸움도 있었다.한 학생은 근처 지구대로 연행됐다 곧 풀려나기도 했다.

호암교수회관(회관) 노조의 파업이 3개월 째를 맞고 있다. 노조는 기존의 단체협약(단협)이 해지됨에 따라 8월 8일 본부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8월 22일에는 노조 파업 이후 최초로 본부 로비를 점거한 집회가 있었고, 청원경찰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청원경찰 간의 몸싸움도 있었다. 한 학생은 근처 지구대로 연행됐다 곧 풀려나기도 했다. ‘호암교수회관 노동자 권리쟁취를 위한 학생 대책위원회’(학생대책위)는 본부 벽에 자보를 만들어 붙였다. 그러자 본부 직원이 자보를 찢었고, 곧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일부 노조원과 본부 직원은 서로를 폭행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무엇이 학내에 이런 사태를 유발시켰을까. 호암 사태의 발단은 회관의 건립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시작부터 불법영업. 2006년 보도로 표면화회관은 1990년 삼성의 기부채납으로 건설돼, 서울대 직영·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관은 급식사업소로 신고돼 있으며 독립적인 법인도 아니기 때문에 예식, 숙박 등의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회관은 17년 간 예식, 숙박, 주류판매 등의 업무를 법적 근거없이 지속해왔다. 이를 문제삼아 작년 8월 22일 가 ‘회관의 객실은 건축물 관리대장상 기숙사 용도이며 숙박업을 하는 것은 불법영업임’과 ‘국가 소유 시설인 호암교수회관이 영리 목적의 영업을 하는 것 등은 불법’임을 보도했다. 이후 회관의 불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됐다. 대책으로는 크게 현재 직영인 회관을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으로 이관하는 것과 민영화의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이후 협상과정에서 노사는 생협으로 이관하는 데에는 잠정적인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노사 양측의 해석은 다르다. 김난도 관장(소비자아동학부 교수)은 “회관을 민영화시키는 것이 나로서는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생협으로 이관할 때 고용보장을 100%실현할 수 있다”며 회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현재 회관의 세금 추징액이 6억원 이상인데, 비영리로 운영되는 회관을 민간기업에서 세금부담을 안고 인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회관측의 말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6월13일부터 파업, 회관 측은 직장폐쇄로 맞서세부적 사항에 있어서는 노사가 의견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협상과정에서 노사간의 갈등은 더욱 커져 노조는 6월 13일부터 부분파업을, 사측은 6월 27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인터넷판 8월 7일자 참조). 노조 측은 직장폐쇄를 공격적 조치라 비판하면서, 직장폐쇄 철회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임덕훈 노조부위원장은 “6월 1일부터 준법투쟁(정시출퇴근)을 시작했고 부분파업을 6월13일에 시작했다. 그런데 회관측은 5일 만인 18일에 노동위원회에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명백히 공격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관 측의 설명은 다르다. 김난도 관장은 “회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침과 점심식사인데 노조가 이 시간에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말로는 부분파업이지만 실제로는 전면파업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회관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또 비조합원들에 대한 폭력이 심각해서 직장폐쇄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직장폐쇄는 원래 공격적인 수단이 아니다. 근무의사가 있으면 언제든지 업무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격적인 직장폐쇄’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김 관장은 회관의 손해액에 관련해서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상당한 액수”라며 직장폐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임 부위원장은 “업무복귀가 가능한 것은 알고 있지만 회관측이 ‘회관 주위의 모든 설치물을 철수하고 다시는 파업을 하지 않겠다’, ‘업무복귀 후 상사의 지시에 잘 따르겠다’는 조항을 업무복귀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그런 조건으로는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직장폐쇄 이후 회관운영은 34명의 비조합원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한 비조합원은 “파업 이후 업무부담이 크게 늘었다. 회관에서 진행하는 예식도 식사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소만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업무에 대체인력이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는 혼주가 고용한 외부업체로 밝혀졌다. 이들은 회관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않으므로 대체인력에 해당하지 않는다. 회관 내에서 일어나는 전환배치(자신의 보직이 아닌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김 관장은 “회사의 기능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일이다. 세브란스병원 파업 때 교수, 의사가 간호사의 일을 한 것이 위법인가”라며 “실제로 파업이전에도 필요에 따른 전환배치가 있었지만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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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본부점거농성장면. 이날 농성은 회관측의 단협승계 거부와 총장면담 불발로 인해 촉발됐다.

엇갈리는 단협안, 노사대립 증폭

노사가 대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단협 승계 여부에 있다. 노조측은 생협의 업무와 회관의 업무가 명백히 다르므로 단협이 그대로 승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운영권이 생협으로 이관된다면 생협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의 단협으로 대체되는 것이 옳다는 게 회관측 입장이다. 사실 노조도 생협 단협을 기초로 하되 회관 상황에 맞게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인식 차는 여전히 크다. 새로운 단협안에서 김 관장은 “고용보장, 임금유지, 복지수준유지는 약속했고 다만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경영권과 인사권에 관한 조항을 생협수준으로 낮추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기존 단협 하에서도 노조가 경영에 관여한 부분이 거의 없다”며 “회관의 운영위원회에는 노조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기존의 단협에 운영위원회 토의 내용 공개가 규정돼 있음에도 이조차 노조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사에 있어서도 사측이 제시한 새로운 단협안에는 ‘조합은 인사이동 등 회관의 고유한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치 않는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노사협의회에서 인사이동의 원칙이나 방향 등에 대해서 협의를 거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노조 측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회관 측노조 측조합활동조합 활동으로 경영에 차질활동시간 축소 필요노조 전임자불인정조합 활동시간 비보장은 명백한 노조 탄압직장폐쇄회관의 손해가 컸기 때문에 사용한 방어적 수단부분파업 5일 만에 실시된 공격적 수단고용고용승계 보장외주 용역화 가능성 충분임금지금도 높은 편. 현 수준 유지보장여부 불분명전환배치전환배치 없을 것. 있어도 허용 범위 안전환 배치의 가능성 무시할 수 없음새로운 단협에 있어 노사의 의견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조합활동 부분이다. 회관측이 제시한 단협안에는 노조전임자 조항이 없으며, 유급 조합활동 시간을 연 1회 정기총회, 연 1회 대의원대회, 교섭위원의 교섭참여시간으로 한정하고 있다. 기존 단협의 조합활동 관련 조항이 생협 단협과 차이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생협의 노조전임자는 정상 근무를 한다. 김난도 관장은 “호암의 노조 규모는 생협에 비해 작으며, 이전 노조의 활동이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의견이 있어 조합활동시간을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회관측이 제시한 단협안은 직장폐쇄와 더불어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회관측이 보장한 고용보장, 임금유지, 복지수준유지에 있어서도 노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고용보장에 있어서 회관 측은 “구두 약속 뿐만 아니라 공문발송을 통해 문건으로도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명확한 약속이 없었다는 것은 노조 측의 억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정규직 고용보장이 직접고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주 용역화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실무교섭에서 회관 측은 그런 조항을 뚜력하게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조합원들은 “고용에 있어서는 염려하는 바가 없다”며 노조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임금과 복지에 있어서도 노조 측은 “모두 보장해 주겠다는 말만 있지 세부적인 사항에 관해서 문서화 돼있지 않다”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과금 부분에 있어 기존의 단협에는 ‘매출성과금은 매출액의 1.5%를 상, 하반기 2회(9월, 3월)에 나누어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사측의 단협안에는 ‘성과금은 회관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노조는 “운영위원회에서 지급불가 방침을 통보하면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항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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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직원이 떼어내려 했으나 본부는 결국 자보로 뒤덮였다.

호암 사태, 그 보이지 않는 출구

지난 8월 3일 열린 노사간 5차 교섭 이후 총장과의 대화가 호암 사태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조 측은 “호암 사태가 학내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총장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 노조는 총장의 한 마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성실 학생대책위원장(미학 03)도 “학내에서 발생하는 일에는 총장이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총장이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 관장은 “호암에 있어서 총장은 경영권이 전혀 없다”면서 회관의 경영에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호암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그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회관이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노조, 비조합원, 회관 측이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나도록 회관은 아직까지 합법적인 지위조차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회관이 입은 이미지 손실도 큰데다, 그것이 회복될지 또한 미지수다.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호암 사태는 이달 중순 열릴 서울대학교 국정감사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삼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양보없는 대립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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