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15일 「대학신문」 백지제호 사태 이후, 이재영 부주간 교수(영어영문학과)가 학생기자 측에 을, 학생기자들이 정운찬 총장에게 을 각각 전달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본부 측과 학생기자 측의 합의 과정을 명확하게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들만의 대학신문 “굳이 공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합의 과정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의 말에 대한 이다람 「대학신문」 신임 편집장의 대답이다. 이어 그것이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니 알려주길 바란다는 기자의 요구에 이 편집장은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명확하지 못한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본지는 「대학신문」의 03?04년도 예산내역결산서 열람을 요청했으나, 신임 양승목 주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내부 사정인데 우리가 공개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문건을 내주었을 때 그게 악용될 줄 어떻게 아나” 라며 거부했다. 「대학신문」 일년 예산 5억 중 3억이 학생들의 기성회비에서 지원되는 만큼 학생들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 알 권리가 있지 않겠냐는 본지의 요구에 주간교수는 결국 마지못해 대략적인 액수만 구두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기자 측이나 본부를 대표하는 주간교수 측이나 모두 독자의 권리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신문」 98,99년도 전직기자인 권기봉 씨는 “신문은 만드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관계에서 그 의의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대학신문」 기자 측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본부와만 타협하려는 모습이었고 그것은 기자들이 독자보다는 본부와의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5억의 투자 = 5억만큼의 결과?「대학신문」 일년 예산은 약 5억원이다. 「대학신문」의 일년 세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학생들의 기성회비다.(표1 참조) 양승목 교수가 밝힌 바에 따르면 5억에 이르는 예산 세출 내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일항목은 바로 기자 활동비로, 연간 1억 5천만원에 이른다. 현재 「대학신문」 정기자가 받는 월급은 40만원이다. 월급 외에도 2.7이상의 학점을 받는 기자에게는 수업료면제 장학금 혜택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보통 정기자가 받는 돈은 학기당 270여 만원에 이른다. 이는 다른 학보사 기자들이 받는 활동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표2 참조) 이에 대해 이다람 「대학신문」 편집장은 “월급이 기자들의 수고나 노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월급은 독자에 대한 책임의 의미로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출안에서 2천만원으로 책정된 연수비는 매년 여름과 겨울 대학신문 기자들이 국내나 해외로 세미나 여행을 떠날 때 드는 경비다. 이번 겨울에는 제주도로 세미나 여행을 다녀와 1천만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됐다. 한편, 영남대 신문사 편집장 박영빈 씨는 기자들이 누리는 특혜 때문에 기자 활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며 “누리는 특혜로 말미암아 역량이 강화되어 향상된 기사의 질로 나타난다면 그 특혜가 독자들에게 납득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당한 것이다. 학생들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예산을 최대한 바람직하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본부의 올해 예산 운용 지침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04년도 기성회회계의 예산편성 방향 및 기준안에 따르면 그 첫 번째 항목은 ‘예산편성의 효율성, 투명성 및 자율성 제고’이며, 다섯 번째 항목에는 ‘기관운영비, 행사비 등의 소비성 경비 절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본부에서 지원되는 동아리활동지원비가 연간 천4백만원(학기당 7백만원, 2004년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대학신문」의 세미나여행 비용이 위에서 제시한 예산편성 기준이 적용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세입기성회비3억세출발행비4억제작비3억 7~8천구독료2,200만연수비2천광고료1억 7천인건비3,300만잡수익1천 7~8백운영비4,000만 대학신문 2004년도 세입, 세출 안(자료협조:양승목 주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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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한 학기당 기자활동비(월급X6 + 기자장학금)문제는 ‘돈’이 아니다? 이다람 편집장의 말에 따르면 「대학신문」 기자들은 세미나 여행을 비롯한 재정적인 혜택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이상 본부에 재정적으로 많은 부분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대학신문」 기자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신문」이 오직 기자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관련한 고민은 필요하다. 또한 경제적 지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편집권과 맞바꿔지기 쉽고 현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이다. 다른 곳에 비해 편중된 지원은 유의미하다”라고 「대학신문」 전 편집장(93) 이수강 씨는 우려를 표했다. 전직기자 권기봉 씨 또한 “본부의 재정적인 지원, 행정적 관리 속에서는 언론의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어떤 사회 조직이든 자신의 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본부 역시 예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기자들이 무조건 휘둘리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무풍지대 「대학신문」학생회비로부터 편성된 언론자치기금(학생회비의 10%할당, 학생회비 납부율 50%기준시 학기당 약 1천만원)을 나눠 갖는 서울대 내 자치언론(스누나우, 쥬이쌍스, 서울대저널, 이공대저널, 교지관악)과는 다르게 본부의 독점적인 지원을 받는 「대학신문」. 이와 같은 독점적 지원은 양승목 주간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학교를 대표하는 공식 언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점이 바로 「대학신문」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외면당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자치언론에 비해 「대학신문」은 학생들의 관심 혹은 지지와 무관하게 매 호 2만부씩 발행되며 본부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경쟁 체제 속에 유일무이한 존재로 우뚝 서 있는 대학신문이 변화를 시도한다기보다는 안정적인 기존 체제를 지향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신문」 이다람 편집장도 인정한다. “대학신문이 비경쟁 체제의 독보적 위치라는 것을 우리도 잘 인식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기 쉽다는 지적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리고 반성하고 있다. 독자들의 요구에 눈 닫고 있던 부분도 있었다.” 대학신문은 공짜가 아니다2004년 「대학신문」에 지급된 기성회비 3억을 기성회비 납부대상인 3만 2천여명(학부정원+대학원정원)으로 나누어 본다면 일인당 「대학신문」에 구독료로 연간 9천 375원을 내는 셈이다. 「대학신문」이 한 해 28번 발행된다고 가정하면 한 부당 320원에 이르는 꼴이다. 학생들은 「대학신문」이 싫든 좋든 「대학신문」을 보든 안 보든 매번 구독료를 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며 「대학신문」도 독자수와 상관없이 매호 2만부씩 찍어내고 있다. 「대학신문」은 현 체제상 굳이 독자로부터 선택받고 지지받지 않아도 운영되는 ‘성역’인 셈이다. 김종명씨(기계항공공학부 02)는 “따로 돈 내는 게 없어서 대학신문이 공짜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이 눈에 띌 때 본다는 이종윤씨(지리 04)는 “대학신문이 자신의 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기성회비에서 자동적으로 「대학신문」 지원금이 책정되는 지금 시스템이 아니라 누구나 「대학신문」이 공짜가 아님을 알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대학신문」 구독료를 받는 시스템이 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독을 할 것인지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학보사의 독점적 특혜에 안주하여 학생들과 유리되는 신문이 될지, 아니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신문이 되어야 할지 「대학신문」 구성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