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서울대생을 상대로 여전히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이 후보는 가장 많은 학생들로부터 ‘당선되면 안 될 사람’으로 지목받았다. 한편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보수층의 분열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여권 단일화에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2007년 2학기 등록인원 16,138명(추가등록자 및 연건 캠퍼스 제외) 중 3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은 성별·학년별·단과대별 비율을 고려한 할당추출 방식으로 선정됐다. 오차한계는 신뢰도 95% 수준에서 ±5.47%다. |
이명박 여전히 1위, 이회창 출마로 보수층 분열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이명박 후보는 26.3%로 1위를 기록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16.2%)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14.6%)가 뒤를 이었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5.4%),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5.1%), 민주당 이인제 후보(0.3%)의 순이었다. 이어서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이명박 후보라고 답한 사람이 32.7%로 6.4%늘어났을 뿐,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은 소수점 이하 미미한 변동을 보였다. ‘미정’이라고 답한 사람이 28.3%에서 22.9%로 감소한 것을 볼 때,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증가는 부동층이 움직인 결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달 14일 풍향계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44.4%, 이회창 후보는 14.6%의 지지를 얻어 10% 이하에 그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는 이를 두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우파의 분열이 아니라 우파 확대로 봐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서울대의 상황은 달랐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 전인 지난 10월 말 7개 대학 학보사 연합 설문조사(이하 10월 말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서울대생은 40.2%였다. 문국현 후보(12.3%), 권영길 후보(8.3%), 정동영 후보(8.0%)가 뒤를 이었고, 24.3%의 학생들이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사에서도 ‘미정’이라는 응답자가 22.9%로 큰 차이가 없었고,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도 미미한 변화를 보인 가운데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32.7%로 하락했다.10월 말 조사에서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평가한 학생의 63.1%가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보수층의 투표 의사는 이명박 후보 42.5%, 이회창 후보 26.5%로 나뉘었다. 둘을 합하면 10월 말 조사의 보수층 이명박 후보 지지율과 비슷해진다. 결국 적어도 서울대생에게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보수층의 ‘제 살 깎아먹기’가 된 셈이다.문국현 후보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다른 조사에서와 달리 문 후보는 서울대에서 범여권 후보 중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 후보의 지지자는 “(문 후보는) IMF 시기에 유한킴벌리에서 직원을 자르지 않고 기업을 살려냈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반면 유일한 진보 정당의 후보임을 내세우는 권영길 후보는 진보적 유권자들의 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지지 후보는 문국현(22.0%), 이명박(22.0%), 권영길(19.5%) 후보로 삼분되는 상태다. 진승모(농경사 04) 씨는 “비정규직 문제, FTA 문제 등이 쟁점화되고 논쟁이 벌어지는 정책선거였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선거 후반에는 권영길 후보의 지지도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한편 ‘절대로 당선되면 안 될 후보’로 23.8%의 응답자가 이명박 후보를 꼽았다. 이 후보는 지지율과 거의 비슷한 수치로 ‘비호감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회창 후보(17.5%)가 뒤를 이었으며, 범여권의 이인제, 정동영 후보도 각각 14.6%와 12.4%의 학생들에게서 당선되면 안 될 후보로 지목받았다. 단일화 부정적, 이회창 출마도 비판적 · ‘잃어버린 10년’ 아니다 59% 범여권 단일화에 대해 서울대생들은 부정적이었다. ‘범여권 후보들은 단일화할 수 있을 만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0.2% 뿐이었다. 지지 후보나 이념 성향별로 살펴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본인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단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31.0%의 학생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아니다’라고 답한 학생은 38.1%였다. 서울대에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명분도 없고 효과도 적은 셈이다. ‘단일화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문국현 후보라는 대답이 61.9%로 가장 많았고, 정동영 후보가 25.0%로 뒤를 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이 전 총재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진술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이들이 71.7%에 달했다. ‘그렇다’는 20.0%였다. 보수 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비판하고 있지만, 서울대생들은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두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진술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59%에 이르렀다. ‘그렇다’는 답은 25.7%였다. ‘후보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후보의 능력이 투표기준이다’라는 데 대해서는 찬성 38.1%, 반대 57.8%로 나타났다. 다만 문국현 후보 지지자 중 여기에 찬성한 이들은 21.8%로 평균보다 낮았지만, 이회창 후보 지지층에서는 45.1%, 이명박 후보 지지층에서는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65.1%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 지지를 밝힌 이은효(지환부 04) 씨는 “결점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BBK 의혹과는 상관없이 이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청년실업 해결사는 이명박?‘청년실업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것 같은 대통령 후보는 누구’냐는 물음에서 이명박 후보는 41.3%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문국현 후보는 18.4%를 얻는 데 그쳤으며, 다른 후보들도 10%를 넘기지 못했다. 민소원(생명과학 04) 씨는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을 할 때 서울이 좋아졌다”며 “이 사람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반면 ‘입시, 등록금 등 대학교육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것 같은 후보’에서는 후보자간 격차가 줄었다. 이명박 후보가 20.0%를 얻어 여전히 1위였지만, 권영길 후보가 13.7%로 2위를 차지했고 이회창 후보도 12.1%를 기록했다. 하지만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32.1%로 가장 많았다.‘남북공동선언 이행해야’ 73%‘다음 정권도 한미 FTA, 한-EU FTA 추진과 같은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51.1%였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37.4%였다. 이념적 성향에 따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보수층에서는 찬성 64.6%, 반대 24.8%로 나타난 데 반해 진보층에서 찬성 비율은 41.5%, 반대 비율은 51.2%였다. 대북 정책에 관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정권도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73.3%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16.2%에 그쳤다. 대기업 중심 경제 성장에 서울대생은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67.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지 않다’는 21.9%였다. 특히 권영길(82.4%), 문국현(80.5%) 후보 지지자들의 동의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여기에 동의한 사람은 51.8%였다. ‘국립대 무상교육, 사립대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48.3%의 학생들이 찬성, 46.6%의 학생들이 반대해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