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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인문대 쪽 전경. 밤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과 연구실 곳곳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대가 과다한 에너지 사용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서울대의 한 해 에너지 소비량이 전국 기관·단체 가운데 ‘톱5’에 드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이 각 기관·단체의 전력·난방부문 에너지 소비량을 집계한 자료에서, 서울대는 2006년 29,870TOE(석유환산톤)를 사용해 인천국제공항(1위·48,349TOE)과 현대·기아차남양연구소(2위·40,031TOE), 잠실롯데월드·호텔(3위·32,882TOE), 코엑스(4위·30,378TOE)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것으로 드러났다.전기요금만 한 해 100억원에 육박… 전력 소비는 매년 증가 추세서울대 관악캠퍼스의 2006년 전기사용량은 1억 1654만 6724kWh로 사용요금만 83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이는 4인 가족(월평균 300kWh 사용)을 기준으로 할 때 3만 2천여 가구의 전기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웬만한 기초자치단체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2007년에는 사용량이 더욱 증가해, 전기요금은 9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만 3천명에 달하는 학내 구성원(학생·교수·직원)이 1인당 연간 27만 5천원 상당의 전기를 소비하는 꼴이다. 서울대의 전기사용량은 2003년 이후 4년 만에 50%가 늘 정도로 빠른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에 전기요금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본부 기술과 박용석 씨는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최근 몇 년 새 연구소를 비롯한 각종 건물들이 들어선 것이 전기사용량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새로 지어진 자연대 500동 건물에서만 2007년 전기사용량 가운데 6% 가량이 소비된 것으로 밝혀졌다.2007년 기준으로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교육용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85.8%. 이어서 기숙사 등의 국유재산시설(6.6%)과 기부채납 등으로 지어진 외부연구소(4.5%), 식당과 매점 등 생협 시설(2.1%)이 뒤를 잇고 있다. 교육용 시설에서 발생한 전기요금은 학교가 부담하며, 나머지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각 사용자가 지불한다. 박용석 씨는 “전기요금의 대부분은 학교 예산에서 지출되는 셈”이라며 “정부의 공공요금 보조금이 한 해 40억 원에도 못 미쳐 부족분은 기성회 회계에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한편 ‘100억원 대 전기요금’의 이면에는 캠퍼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전력 낭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빈 강의실에서 소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 과도한 엘리베이터 사용, 겨울철 연구실의 지나친 전열기 이용 등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 학기에 ‘심플라이프’ 운동을 주도했던 서울대대학생사람연대 최기원(경제 04) 대표는 “캠퍼스의 각종 시설물들이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방만하게 이용된 측면이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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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효율에서 낙제점 받은 ‘중앙공급식 스팀 난방’
도시가스 사용량 역시 만만치 않다. 서울대에서 2006년 한 해 동안 사용된 도시가스는 약 463만㎥로, 27억 원어치에 달한다. 올해는 8월까지의 사용량만 400만㎥를 넘어, 연말까지 570만㎥ 가량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요금은 예년에 비해 무려 30%나 증가해 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도시가스의 대부분은 중앙공급식 냉난방기기를 가동하는데 쓰인다. 여름철 냉방의 경우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도서관 등 일부 건물에만 도시가스로 냉각된 냉매로 기기를 가동하며, 대다수 강의실과 연구실에서는 자체적으로 전력를 사용해 에어컨을 가동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겨울철 난방은 도시가스로 스팀을 만들어 실별로 설치된 라디에이터를 가동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06년 기준으로 11월에서 2월 사이에 한해 도시가스 사용량의 68%가 소비된 점은 겨울철에 도시가스 사용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대부분 건물에 중앙공급식으로 난방이 이뤄지면서, 건물별·실별로 전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본부 기술과 정희삼 씨는 “서울대는 1970년대 캠퍼스 건립 당시 마스터플랜을 짜면서부터 ‘스팀에 의한 중앙난방’을 전제로 건물들을 지었다. 라디에이터를 온수로 가동하는 경우에는 건물별·실별 통제가 가능하지만 스팀 난방의 경우에는 증기 압력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동안 겨울학기가 개설되지 않아 겨울철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캠퍼스 내 대부분의 강의실들에도 지난 30년 동안 어김없이 난방이 이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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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출퇴근길에 소비되는 에너지도 상당해… ‘나홀로’ 승용차 이용이 주범
에너지관리공단이 작성한 에너지 사용 통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캠퍼스를 오가는 교통수단에서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다른 서울시내 대학들이 대부분 지하철역에 인접해 있는 것과는 달리 서울대는 지하철역에서 2.5km 가량 떨어져 있고 게다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서, 통학생 대다수는 셔틀버스 혹은 시내버스를 추가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정문 인접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자취·하숙생들의 주거지역이 학교에서 최소 2km 이상 떨어진 신림동·봉천동 인근에 형성된 점 역시 추가적인 수송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본부 관리과에서 작성한 ‘셔틀버스 운행 현황’에 따르면 현재 관악캠퍼스에서는 26대의 셔틀버스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374편(왕복) 운행되고 있다. 봉천동·신림동 셔틀이 240편, 교내순환셔틀이 134편이다. 관리과는 셔틀버스 승차인원을 하루 평균 2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내버스(마을버스 포함) 역시 서울대 내부를 통과하는 6개 노선이 하루 767편(왕복) 운행되고 있다. 셔틀버스의 연간 운행거리는 276만km, 시내버스의 연간 운행거리(서울대입구역·신림역·낙성대역~서울대 구간)는 323만km다. 이 과정에서 300만 리터의 경유가 소모된다. 이는 2,610TOE에 해당한다.한편, 관악캠퍼스에 정기주차차량으로 등록된 차는 7911대(2007년 1월 기준)다. 이 중 교수·직원 차량이 3,963대, 대학원생·연구원 차량이 3,336대, 그 외 상시근무자 차량이 612대다. 정기주차권 발급자격이 없는 학부생 차량 혹은 방문차량은 2006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 50만 1,300대가 캠퍼스를 드나들었다. 정기주차차량이 주 4회 캠퍼스를 오갔다고 가정하면 연간 총 256만여 대의 차량이 출입한 셈이다. 이들 차량이 서울대입구역과 대학본부 사이의 거리를 오갔다고 가정하면 연간 총 운행거리는 1,120만km, 소비한 휘발유만 160만 리터에 이른다(NF소나타 시내주행연비 적용). 이를 변환하면 1,280TOE다. 셔틀버스의 승차인원을 감안하면, 승용차 운전자들은 통학·출퇴근 과정에서 버스 이용자들에 비해 1인당 5배에서 10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본부 관리과 박상궁 씨는 “정부에서 고유가시대를 맞아 각급 기관에 승용차 5부제 실시를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캠퍼스에서 위반 차량을 강제로 통제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자율 준수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7일 이 인터넷판 기사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학내 출입차량 5대 가운데 4대 꼴로 승용차 5부제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력과 난방부문은 물론 수송 부문에서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서울대는 점차 ‘에너지 블랙홀’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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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
‘에너지 과소비’ 서울대에 온난화 대책은 없다?
서울대가 사용하는 전력의 대부분은 인접한 인천·서인천·영흥도발전소에서 공급된다. 인천·서인천발전소는 석유를, 영흥도발전소는 석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전기·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캠퍼스를 오가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가 전력·난방·수송 부문에서 소비하는 총 에너지는 33,760TOE.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만든 배출계수를 적용하면 캠퍼스 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2만 8천 톤에 이른다. 산림청에서 개발한 ‘탄소나무 계산기’에 따르면 서울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흡수시키기 위해서는 매해 10만 4천 그루의 잣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는 국제규격 축구장 70개 넓이에 해당한다. 서울대도 지구온난화의 진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사실 서울대에서도 그동안 에너지 절감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부 기술과 박용석 씨는 “대학본부에서도 ‘공공요금을 절감한다’는 목표 아래 노력들을 진행해 왔다”며 화장실 전등을 자동점등식으로 전면 교체해 한 해 8천 5백만 원의 전기요금을 아끼게 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자동점등식 전등에는 추가적인 대기전력이 필요한 만큼 에너지 절감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사용시 소등이 철저히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직접 점등·소등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를 제외하면, 본부가 주장하는 전기요금 절감 성과는 대부분 낡은 변압기나 형광등 등의 시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진 절감효과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의 대책으로는 한 해 10억원 안팎씩 늘어나고 있는 전기요금 증가세를 따라잡는 것도 역부족이다. ‘전기요금 절감방안’과 같은 부분적인 대책 외에 서울대 차원의 통합적인 에너지 소비 감축 대책은 수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학생사회의 관심도 그동안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환경동아리 ‘씨알’이 중도 터널에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1대 총학선거에서는 몇몇 선본들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은 ‘담론’ 차원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실제로 캠퍼스 차원의 광범위한 에너지 절약 노력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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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1대 총학선거 과정에서는 몇몇 선본들이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문제가 총학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전례에 없는 일이었다. |
캠퍼스 내에서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학본부 측과 학생사회의 노력이 효과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사이에, 학내 에너지 소비량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서울대가 ‘에너지 소비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지 못 하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도 ‘열 받은’ 지구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