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온난화 문제가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겨울에 ‘삼한사온’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작년에는 한강 물도 얼지 않았다.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급속한 문제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이는 관심 부족 탓이다.서울대의 전기사용량은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다. 잇따른 건물 신축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캠퍼스 안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공간 부족을 호소하기보다 ‘공간 나누기’를 먼저 실천해야 한다. 서울대는 단과대끼리 공간을 공유하는 데 인색하다. 그래서 모든 단과대가 서로 회의실, 강의실 등을 각자 확보하려고 하니 건물 신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강의실 사용률이 50% 정도라는 보도도 있지 않았나. 새 건물이 계속 들어서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지만, 관악산 생태계도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서울대는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서울대가 사용하는 전기는 교육용으로 분류돼 가정용 전기요금에 비해 50%에 가까운 할인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혜택이 오히려 전력 소비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공감한다. 관악캠퍼스 정도의 규모에 이르면 자체 발전시설을 가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화력발전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열병합 발전방식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폐열을 온수 또는 증기의 형태로 근거리 난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난방연료가 들지 않으니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대학본부에 이를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 차원에서 열병합 발전을 하는 것보다 현행대로 외부에서 전력이 공급받는 것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는 답변을 들었다. 교육용 전기가 발전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학교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엄청나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용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한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교육기관들이 에너지 절감 방안을 모색할 유인을 빼앗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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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교수는 “한 두 층 이동에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정작 다이어트를 한다고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일도 다반사”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 노력을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
대표적인 전력 낭비 사례를 꼽는다면?
빈 강의실 소등이 잘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흔한 예다. 과도한 엘리베이터 사용도 문제다. 5층 정도의 건물에서는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은 사람들 외에는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학생들 말로는 기숙사의 전력 낭비도 무척 심하다고 한다. 전력요금이 개인별로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재의 비극’이 일어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캠퍼스 내에서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있는 전력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나?건물별, 실별로 전력 계량기를 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경각심도 생기고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하는 동기도 부여된다.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연구실마다 개별 가동하는 에어컨에 계량기를 설치했다. 이를 토대로 일정 부분을 초과하는 전기요금은 사용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낭비를 줄이는 데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전자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할 때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면밀히 따질 필요도 있다.캠퍼스 내 대부분의 건물에 중앙공급식 스팀 난방이 이뤄진다. 이로 인해 건물별, 실별 제어가 전혀 불가능해 낭비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사실 기존 건물의 난방 체계를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렵다. 앞으로 새 건물을 지을 때 단열시공을 철저히 하고 제어가 가능한 난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새로 지어진 자연대 건물 등에서는 자동제어 온수난방 방식을 채택했다. 이미 관련법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건물별로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할 필요도 있다.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도시가스 사용량이 30% 가량 증가해 가스요금만 35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등, 난방연료인 도시가스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쾌적한 생활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는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요즘에는 여간하면 냉난방 기기를 튼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에 사람들이 익숙해진 탓이다. 사실 옷을 조금만 따뜻하게 입고 다니면 될 문제다. 중앙공급식 난방연료인 도시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것과는 별개로, 연구소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전열기기 사용을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한 해 캠퍼스를 출입하는 승용차가 250만 여대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 시책인 승용차 5부제마저도 사실상 자율실시에 그치면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서울시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구축돼 있다.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출퇴근과 통학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5부제 수준의 통제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자율실시의 효과가 없다면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한다. 물론 구성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홍보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캠퍼스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학내에 태양에너지 발전시설을 만들 것을 총장실에 건의한 적이 있다. 본부에서는 역시 초기투자비 문제 등으로 인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발전시설을 만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크겠지만, 대학이라는 특성상 교육 효과도 매우 크다. 이미 관련법에서 3000㎡ 이상 건물 신축시 총 건축공사비의 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도록 돼있다. 안타깝게도 교육기관과 군부대가 예외로 돼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자발적으로 관련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조선대의 경우 광주광역시 ‘솔라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양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기숙사 전력수급과 난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등 모범적인 국내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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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교수는 전기·가스 등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은 물론 동시에 자원 재활용과 같은 여타 환경보호 운동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도 온난화를 막는 또다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
캠퍼스 차원의 대대적인 에너지 소비 감축을 통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많이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을 학내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이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인 학과 또는 연구소에 장려금을 주거나, 역으로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한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물론 ‘당근’과 ‘채찍’만이 능사는 아니다. 구성원이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본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방안들을 제시하는 것보다, 학생사회가 총학생회를 구심으로 관련된 노력들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캠퍼스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