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 2004년 10월,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은 ‘서울대학교의 비전’이라는 연설문을 통해 자신의 교육관을 표명했다. 여기에는 지역균형 선발의 확대, 기초교육의 강화를 위한 논술의 강조, 학부생 감원 등 이미 현실화 되고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2008 입시안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났듯이 서울대의 교육 일반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설문을 기초로 정총장의 교육관을 점검했다. 지역균형선발, 논술고사 의도는 좋지만 2008입시안에서 지역균형선발은 전형요소 중 30%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정총장의 ‘대학구성원의 다양화’라는 개혁안에 따른 것으로, 이 밖에도 교수들의 충원에도 여러 제도 마련을 통해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균형선발과 관련해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역 인재들을 서울대로 싹쓸이하는 서울대 중심의 사고가 드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정총장이 강조하는 기초교육의 강화는 서울대내 대학국어/대학영어 의무 수강 제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논술과 분과학문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에 관한 강조는 어느 정도 ‘통합형논술’이라는 입시안을 예상케 한다. 논술 시험을 통해 입학한 서울대 05학번 학생들과 교육계는 이러한 의도에 대해선 긍정하는 반면, 지금 당장의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진다. 같은 맥락에서 박나영(서울대 언어 05)씨는 “단시간 동안 논술학원에서 글 쓰는 방식과 독특하게 사고하는 방식을 ‘주입’ 받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학부대학 도입 어디까지 왔나 photo2 앞서 이야기한 기초학문 강화와 학문 간의 연계를 위해 학내에서는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부대학 및 전문대학원’안이 추진 중이다. 학부대학추진위원장인 황수익 교수(서울대 정치학과)는 이와 관련해 “지금의 서울대는 학문의 기능과 전문 인력 양성의 기능이 혼재해 있어 각각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학사과정 동안 기초학문을 맘껏 즐기고 그 중에 일부는 기초소양을 갖춘 전문인이 되게 하는 것이 이 안의 의도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학내 교육투쟁을 전개해 왔던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 안은 대다수의 대학생에게 전문 직업을 갖기 위해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부담감을 안겨주며, 학사과정 4년을 대학원 입시에 준비하는 기간으로 전락시킬 것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황수익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대입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며 오히려 학부대학에서 학생은 성인으로서 진지하게 기초학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고 비판을 봉쇄했다. 학부대학 및 전문대학원으로의 서울대 개혁이 꾀하는 의도는 분명 바람직하지만 이 방안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아직 준비 단계에 있는 개혁안에 대해 서울대생과 본부가 실질적인 의견을 교환하고 본래 의도를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절실하다. 정총장은‘국립’서울대학교에 대한 고민이 있는가 어떤 대학이든 자기 대학의 정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율을 갖춰야 한다. 다만 그 자율이라는 단어에 무엇을 넣을 지는 각 대학의 정체성에서 영향을 받고 그 중 국립대는 ‘국립’에 초점을 맞춰야할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다. 서울대의 2008 입시안에 대한 비판이 자율성 침해라는 서울대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면 유의미한 것은 이러한 지점 때문이다. 그러나 정총장의 연설문에 따르면 서울대의 자율은 경쟁을 마음껏 시킬 수 있는 환경의 조성과 그로 인해 국가를 이끌어나갈 인재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정총장의 연설문에는 서울대가 국립대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부분이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국립대학은 당연히 국민의 교육권 보장, 평등한 교육기회의 보장, 학문발전을 위한 곳이며 국립서울대의 위상은 이러한 원칙에 일차적으로 기반 해야 한다”며 “국립대의 기반 위에 마련된 서울대 총장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립대의 기본 역할조차 망각한다면 그 자리는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국립대의 역할이지만 근본적으로 국립대의 설립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제부터라도 서울대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