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2004년 7월 1일, 서울시는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대대적인 교통체계 대개편을 했다. 여러 복잡한 설명들이 많지만, 간단히 말해서 그 핵심은 두 가지다. 강남대로와 성산로, 도봉,미아로 등에서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시행, 그리고 교통수단이나 환승에 무관한 거리에 따른 비례요금제의 시행이 그것이다. 나는 서울 동북부에 산다.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통학할 때마다 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혜택을 본다. 미아로는 언제나 막히는 길이었고, 또한 지금도 중앙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로는 이전보다 더욱 막힌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집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버스를 타는 것이다. 7월 1일 이전, 집에 오는 길은 나에게는 언제나 고역이었다. 지하철이 집 앞에 있지 않은 이유로, 퇴근 시간대에 길음역에서부터 미아사거리까지, 고작 700m의 거리를 한 시간씩 걸려 이동해야 했다. 언제나 버스만으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예상이 불가능했고, 결국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역 근처에 사는 사람들보다 항상 시간은 더 걸리면서도 교통비는 더 많이 든다는 사실도 늘 불만사항이었다. 하지만, 7월 1일 이후로 나는 버스로 목적지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한 번 정도만 갈아탈 생각을 하면 시내 어디라도 쉽게 갈 수 있고, 지하철로 갈아타서 이동하는 것과 시간상 큰 차이가 없다. 이번 버스 개편이 이명박 시장의 취임 2주년에 맞춘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사실 이 제도는 이전 조순 시장 때부터 준비되고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공무원들과 버스회사들과의 밀월관계 때문에, 그리고 수십여 년을 버스 노선에 맞춰 살아온 시민들의 반발 때문에 쉽게 시행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지금의 이러한 혼란과 불평을 예상하고도, 장기적인 서울의 발전을 위해 개편을 단행했다. 소수의 승용차 이용자들보다는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다른 많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 과정 초반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이시장의 이런 업적은 가려져 버린 듯하다. 7월 2일, 첫날부터 버스카드의 문제로 바가지 요금을 낸 사람이 속출했고, 노선과 다른 길로 버스를 운행한 기사님들도 있었으며, 배차간격도 엉망이었고, 정거장 표시가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교통비 인상으로 가뜩이나 기분 나쁘던 시민들은, 모든 개혁을 원상복귀 할 것을 요구했고, 시장 소환 운동까지도 벌였다. 이런 사태에는 서울시의 안일한 태도가 한 몫 했다. 7월 1일부터 버스 체계가 바뀐다는 홍보에만 열심이었고, 구체적인 노선의 안내나 정확한 버스 이용 방법에 대한 홍보는 뒷전이었다. 단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태도 또한 문제였다. 약간의 자잘한 문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버스를 통한 이동 방법과 환승 위치, 소요 시간 등에 관한 자료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들이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가 어떻게 바뀌는지 정도는 신경을 썼어야 했다. 7월 1일 아침에서야 정거장에서 “~~가나요?”라고 묻고, 가지 않는다고 하니 “이걸 왜 바꾼 거야”라고 화를 내는 자세는, 시민으로써 무책임한 자세이다. 이번 버스 개편은 서울을 좀 더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간단해 보이지만 어렵고 힘든 한걸음이다. 이제 우리들은 시간을 지키기 위해, 땅 위를 차들에게 내주고 지하로 다니지 않아도 된다. 갈아타는 돈이 아까워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할 필요도 없다. 1km당 1000억 원씩이나 드는 지하철 공사에 이용되던 우리의 세금도 다른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나는 서울시의 버스 모니터단이다. 그런 만큼 버스 개편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많이 알고 있고, 또 그에 대해 시정 요청을 한다. 반면에 이번 버스 개편의 좋은 점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나로서는, 이번 개편이 잘못된 정책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다. 단지 시민들을 회사의 직원들처럼, 위에서 하면 따라 올 것이라고 굳게 믿은 이명박 시장님의 착각이 안타까울 뿐이다.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