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7일 국회의사당 5층 대회의실에서는 9개 국립 대학교에 대한 국정감사가 9시간에 걸쳐서 열렸다. 그러나 질문의 대상과 내용이 사실상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 집중되어 ‘서울대 국감’이라 불릴 만했다.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서울대 고교 등급제 실시 의혹 ▲특기자 문제집 도용 의혹 등을 쏟아냈다. 이에 정운찬 총장은 “저한테 몇 분을 주시겠습니까?” 라며 강하게 대응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서울대를 비롯 9개 국립대학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지난해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려 있을 때 서울대는 2005학년도 특기자 전형에서 이미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서울대는 특목고라는 이유만으로 석차 백분율을 다르게 평가해 과학고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총장은 “양심을 걸고 말하겠다. 지난 60년의 서울대 역사에서 입시에 관해서만큼은 정말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총장은 ‘문제를 베꼈다’는 의혹과 관련, “그 문제들은 기하학적 직관 및 벡터 연산 능력만 있으면 과학고가 아니라 일반고 학생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수학과 교수들에게서 직접 들었다”며 정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1995년도에도 동일한 문제가 나왔는데 그때 출제위원은 수학 올림피아드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며 “도서관에 책이 있다는 사실과 책을 베꼈다는 건 전혀 관계없는 일인 만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너무 직선적으로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정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지병문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거론하면서 “총장 선거를 선관위가 관리하는 것은 국회에서 만든 법이니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 총장은 오히려 “대학 자율성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의 재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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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는 국회의원과 정 총장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 9시간 내내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다. 최근 학원 안팎에서 서울대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사회 전반의 서울대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국감에서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정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입시의 자율화나 국립대 법인화를 통한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했다. 대학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 임기의 반환점을 돈 정 총장이 이끌어갈 서울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