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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가장 무서워하는 이들을 주목하라
그가 탄자니아로 간 까닭은

국회가 가장 무서워하는 이들을 주목하라

photo1제 17대 국회의 첫 국정 감사가 10월 4일부터 22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되었다.국정감사(國政監査)란 국회가 모든 국가기관(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헌재, 지자체)의 살림을 종합 점검하여 취약한 곳, 병든 곳을 찾아 그 책임을 묻고 부정부패를 예방, 치유하는 과정이다.다시 말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가 기관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수호를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점검을 하는 것이다.

photo1제 17대 국회의 첫 국정 감사가 10월 4일부터 22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되었다. 국정감사(國政監査)란 국회가 모든 국가기관(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헌재, 지자체)의 살림을 종합 점검하여 취약한 곳, 병든 곳을 찾아 그 책임을 묻고 부정부패를 예방, 치유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가 기관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수호를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점검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히려 국회의 입법, 예결산, 정부통제, 국민대표기능이나 의정활동보다도 오히려 20여일간의 ‘짧은’ 국정감사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그 동안 우리의 국정감사는 끊이지 않는 폭로와 고성방가, 상대방을 인신공격하여 흠집 내기, 정책에 대한 감사는 뒷전인 채 정쟁만을 일삼는 모습을 보여주어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라는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년의 관행이 되풀이될 것인지 아니면 17대 국회가 새로운 국정감사의 모습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인지가 주목되었다.올해 국정 감사에서 여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여야 의원들의 세 싸움이 아닌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270개의 NGO의 연대체로서 지난 16대 국회부터 매년 7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되어 가능한 모든 국감현장에 파견되어 감사위원과 피감기관의 감사내용과 절차까지 보고 들으며 정책자료까지 종합 분석하여 국정감사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는 종합적인 감사의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여 우수 의원과 상임위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것으로 국정감사 모니터를 마무리한다. 2004년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국회 국감NGO 모니터단 사무실이 위치한 국회 본관 144-1호에서는 다섯 대의 티비를 통한 국정 감사 모니터가 한창이었다. 국감풍경#1. 출석이 가장 중요하다. photo2모니터를 통해 문화관광위원회의 감사를 지켜보고 있던 모니터 요원 ㄱ씨(대학생)는 정해진 설문지에 각 의원별 질문과 그에 대한 피감기관 증인의 답변을 꼼꼼히 메모하고 있었다. 국회 직원의 속기록도 있지만, 보다 빠른 분석을 위해 중점적인 내용들을 직접 기록하는 것이었다. 모니터 요원들은 의원들의 국정감사 참여도를 조사하기 위해, 의원들의 좌석 배치도를 가지고 출석체크를 하기도 했다. ㄱ씨는 “출석 기록은 의원들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30분 단위로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는지 아닌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공동집행위원장인 홍금애씨(법률소비자연맹)는 “아무리 사전 준비를 많이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도, 자리를 많이 비우면 모니터단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며 ” 때문에 모니터단에게 흉잡히지 않기 위해 신경 써서 자리를 뜨지 않는 의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홍금애씨는 “모니터 활동이 없었던 예전에는 의원들이 자기 질문만 하고 감사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다반사였다”며 “자리를 지키고 앉아 다른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듣고 있는 것 자체도 중요한 의무이기 때문에 모니터 활동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완벽한 출석을 위한 의원들의 노력은 가상할 정도다. 한 의원은 중간 평가에서 ‘자리를 자주 비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그 후에는 감사 도중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고.. 국감풍경#2. 시간이 부족해요 (나 준비 많이 했는데 …) 의원마다 질문 시간이 일정하게 제한되어 있어 그 시간을 넘기면 마이크가 자동적으로 꺼지게 되어 있다. 때문에 의원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질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니터 요원 ㄱ씨는 “국정감사가 지니는 정치적 중요성 때문인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보다는 자기가 준비해 온 내용을 과시하려 급급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장황하게 질문을 늘어놓은 뒤, 답변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하라’는 식이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자신이 질문하고 답변까지 내린다.(웃음)”라며 일부 의원들의 여론 의식하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질문자와 증인 간의 질의응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보좌관들은 자신들이 보좌하고 있는 의원의 정책자료집이나 보도 자료 등을 집중 홍보하면서, 의원들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강조하려고 한다. 이처럼 국정감사를 국정운영상황에 대한 감사로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책 홍보의 장으로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감풍경#3. 검.토.하.겠.습.니.다. – 2% 부족하다. 흥미로웠던 것은 대부분의 질문이 길었던 반면 답변은 매우 짤막짤막하게 넘어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북한이 공동입장을 한 후 ……(이하 중략) ……IOC 위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남북간의 스포츠를 통한 교류를 늘려나가겠다고 했는데 진전사항이 있습니까?”라는 의원의 길고 장황한 질문에 정부 측 증인은 “검토해보겠다”라는 ‘짧고 명쾌한‘ 대답만을 남겼다. 이러한 짧고 간결한 답변은 그 후로도 계속 되었다. 홍금애씨는 “정부측 증인으로 나오는 행정기관장들은 대부분 그 행정부에서 일을 오랫동안 한 경험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내부의 일들을 속속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국정감사 전에 행정기관장들은 국정감사에 대비한 ‘예행연습’을 하는데, 복잡한 현안의 경우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을 미리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준비가 부족한 것은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홍금애씨는 “초선 의원들의 비중이 높은 이번 국회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의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NGO 감시단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국정감사 중간평가자료에 의하면 국정감사 전반부에서 초선 의원 중 일부가 국정감사의 맥을 잡지 못하고 있고, 전년도에 비해 질의의 질이 떨어졌다고 평하고 있다. 홍금애씨는 “국회의원의 수준은 곧 국회의원을 뽑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덕성을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로 생각하지만, 과연 정치에 있어서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치를 하는 데에 있어서 어떠한 자질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들이 먼저 공부를 하고 자각해야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좋은 국정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정감사NGO 감시단의 모니터 요원들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일정 기간동안 국정감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모니터를 시작한다. 또한 국정감사 NGO 감시단의 주체 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러한 국민 정치의식의 제고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국감풍경#4. ‘정당’을 위한 국정감사?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입장 차이는 국정감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여당이 국가 기관을 옹호하거나 보호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는 반면, 야당은 기관의 문제점이나 허점 등을 꼬집어 가며 증인의 답변을 요구했다. 증인의 정당이나 배경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역전되기도 한다. 홍금애씨는 이것을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예전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행정기관을 감싸는 것이 자신의 정치 생명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행정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공격하기가 힘들었다. 만약 그럴 경우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정치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우, 예전과 같이 대통령이 공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런 관습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금애씨는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 의원들이 국정감사의 기본 의의와 개념에 대해 공부를 충분히 하고 난 뒤에 국정감사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감풍경#5. 국감의 진짜 풍경을 보여주다. photo3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감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증인을 추궁하는 국회의원, 서로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까지 하는 여야 의원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정감사에 대한 이미지는 국민을 대리하여 국가 기관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닌 정쟁의 자리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았다. 홍금애씨는 “아무리 국정감사가 파행이다, 정쟁이다 얼룩진다 해도, 정책적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충분히 있지만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슈나 화제가 될 만한 언쟁이나 이해갈등을 마치 국감의 전부인양 보도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정감사나 국회의원에 대해 가지는 신뢰도와 믿음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국정감사의 전부는 분명히 아니다.” 기자가 찾아간 국정감사 NGO 감시단의 국회 사무실은 각종 의원들의 정책자료집과 홍보자료가 가득했다. 기자가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국정감사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자료집들이 속속 도착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국정감사장에서의 국회의원들의 활약과 더불어 이러한 정책 자료집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전문성과 준비성, 공정성, 참신성, 기본 자질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뒤 우수 의원을 선정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의원들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홍금애 실장은“16대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우수 의원에 뽑힌 의원들의 재선율이 70%에 육박했다.”며 “그러한 결과를 볼 때 우리가 하는 일이 시민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덕분에 의원들이 공부도 하고, 좋은 의원을 뽑을 수 있는 가능성도 더 커지는 것이다. 에필로그 모니터요원 ㄱ씨는 비록 식비, 교통비 일원도 지원받지 않는 ‘무보수’ 이지만 직접 국회에 와서 국정감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니 기성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국감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티비나 신문에서는 국감에서 의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만 주로 보여주어 과연 국감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지는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실제로 국정감사를 모니터해보니 전문적인 정책 질문들이 주를 이루고, 국회의원들도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오는 것 같아 부정적인 모습은 일부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들이 알고 있기에 장관들은 대통령이 바뀌거나 혹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서에 온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그 전 장관, 혹은 몇 년도 더 지난 상황들에 대해 추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의원들이 무리하게 공격을 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오랜 시간동안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메모를 계속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는 ㄱ씨의 모습에서 모니터요원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photo4홍금애씨는 “나쁘고 선정적인 내용을 터뜨리려고만 했기 때문에 그 동안 국회와 시민단체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애정을 갖고 접근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듯이 국정감사 NGO 감시단도 국정감사를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노력을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회에서 그들의 모니터를 허용하고, 공개적으로 국정감사 전반에 대한 평가를 받으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국정감사의 모습도,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세도 많이 변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같은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더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유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과제에 대해 말했다. 국회의원은 모니터요원들만이 뽑은 ‘모니터요원들’의 대표자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대변해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면, 우리도 눈과 귀를 그들에게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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