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기존의 산업구조를 바꾸며 사회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00여 개의 점포를 가졌던 오프라인 대형서점 Boreders는 e-book과 아마존에 밀려 사라졌다. Angry Bird, Tap Sonic 등의 스마트폰 게임은 기존의 ‘PSP’와 ‘닌텐도’를 대체했다. 유명 SNS(Social Network Service)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는 5억 명에 이르며 내년 1분기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을 앞둔 페이스북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에 육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최근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강화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과거 모든 기업에 존재했던 메일관리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 자리는 이제 구글의 Gmail 서비스로 대체됐다. 소프트웨어 인 라이프의 장선진 대표이사는 “구글이 사용하는 서버실은 미국 전력의 5%를 차지한다”며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규모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점차 기존의 산업을 대체하면서 기존의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2011년 8월 15일 소프트웨어 서비스만을 제공하던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구글 측은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목적을 “전통적 휴대시장의 강자인 모토로라가 가진 많은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모토로라의 특허권을 확보함으로써 특허 소송이 한창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김태열 팀장은 이러한 구글의 인수를 “소프트웨어사가 하드웨어사를 인수함으로 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팀장은 “단순히 휴대전화 뿐 아니라 전자제품을 만들 때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20~50%까지 이르는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가 다 외국산이라면 결국은 껍데기만 파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걱정이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증폭됐다는 것이다. 구글의 인수 발표로부터 일주일 뒤 8월 22일 지식경제부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국산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9월 21일에는 웹 운영체제 개발에 연간 100억씩 3년간 최대 300억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구글의 인수발표 이후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에서 “정보기술(IT)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 확충과 M&A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가진 프로그래머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다.소프트웨어 시장을 옭아매는 정부주도의 정책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소프트웨어 인력관리를 위해 2008년 12월 29일부터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를 시행했다. ‘기술자 신고제’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기술자격을 취득하거나 경력을 가진 기술자가 경력관리기관에 자신의 경력을 신고하는 제도다. 소프트웨어 인 라이프 장선진 대표는 기술자 신고제를 “개발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특성상 이직률이 높다. 그런데 이직하게 될 경우 매번 관련 서류를 기술자 신고제 기관에 등록해야한다. 또한 등록 시 비용부담의 이중고가 있다. 장 대표는 “기술자 신고제는 개발자에게 새로운 기회와 관련 교육을 제공하지도 않을 뿐더러 매년 시설유지비용을 낸다는 점에서 일부 SI(System Integration)회사와 신고제 담당 단체들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SI회사는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가 필요한 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기업을 중간에서 연결시켜 주는 기업이다. 기존에는 SI회사에서 기술자들의 능력평가를 통해 이들이 만드는 소프트웨어 가격을 책정해야했다. 기술자 신고제가 기술단가를 객관화해서 제공함으로써 이 업무를 줄여준 것이다. 그러나 기술자 신고제가 제공하고 있는 객관화된 지표의 기준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관련 업종에 종사한 일수에 불과하다. 능력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어 객관적 지표로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클라우딩 컴퓨터 시스템 개발회사인 Eucalyptus System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박상민 씨는 정부 주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정부에서 방향을 정하고 소프트웨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전제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주장했다. 박 씨는 “소프트웨어의 역사는 일종의 변칙이 자라서 대세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며 “정부가 정해주는 대세 그것도 방향 자체도 잘못된 대세에서는 변칙이 자라날 수 없다”고 정부주도의 소프트웨어 육성책을 비판했다. 박 씨는 소프트웨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벤처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정부는 벤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인 대기업의 횡포를 방지하고, 투자금융을 활성화하는 환경을 조성을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필여한 건 ‘인재’ 장선진 대표는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선진 대표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려면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식고속도로’라는 사업으로 지국 전역에 광케이블을 설치하여 정보통신혁명을 이끌었다. 이 사업은 미국의 IT 경쟁력을 도약시키는 사업이 됐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보다는 단순히 뜨고 있는 분야에 단발성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크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일회성 지원보다는 좋은 인재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NHN에서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3년 개원을 목표로 SW아카데미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턱없이 부족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실무형’ 우수 인력 부족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간 100억 원씩 향후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NHN이 자체적으로 SW아카데미를 만든 이유에 대해 NHN의 최고기술책임자 김평철 박사는 와의 인터뷰에서 “실제업무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33%만을 대학에서 습득해 왔다”며 대학에서 실무위주의 교육이 결여됐다고 밝혔다. 즉 대학에서 해 주지 못하는 실무위주의 인재를 스스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광근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이런 실무자 교육에 대해 “대학은 직업학교가 아닌 차세대 언어를 생각하고 데이터의 구조와 컴퓨터에 구조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라며 대학은 실무자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Eucalyptus System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박상민 씨 또한 “컴퓨터의 본질적인 문제해결 방법보다는 당장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위주의 교육은 소프트웨어 기반을 갉아먹으려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실무위주의 교육은 당장의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 있어서 당장의 성과가 중요한 기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말했다. 하지만 박 씨는 “더 나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컴퓨터 구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교육해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잉여의 문화’에서 성장하는 공개소프트웨어 분야 박상민 씨는 “소프트웨어 발전은 ‘잉여의 문화’로부터 시작한다”며 “소프트웨어는 재미와 더 좋은 코드를 짜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남는 시간에 컴퓨터를 소프트웨어를 바꿔 보면서 개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개선한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이유로 박 씨는 “다른 이들의 인정 혹은 자기 스스로의 만족감”을 들었다. 그는 공개된 프로그램을 다른 이가 수정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또 다시 공개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소프트웨어 발전의 원동력”이라 강조했다. 프로그램 코드를 누구나 볼 수 있어서 프로그래밍을 학습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코드를 공개하는 ‘선순환’이 반복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상민 씨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일이지만 동시에 놀이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실리콘밸리 회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엔지니어가 해야 할 목표만을 설정하고 중간과정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특별한 간섭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세부사항을 특별히 점검하지 않음으로써 엔지니어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아래에서는 업무 중간에 업무보고를 할 필요도 없기에 좀 더 여유있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오픈소스 즉 공개소프트웨어를 넘어 오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정선진 대표는 강조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개발자의 뜻 내에서 누구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접근하여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장 대표가 말하는 ‘오픈서비스’는 공개소프트웨어에서 한발 더 나아간 형태다. 공개소프트웨어 환경에서는 개발자가 데이터를 찾아서 프로그램에 연결시켜야 했다. 하지만 오픈서비스 형태에서는 기존에 데이터를 공개해 놓은 측에서 데이터를 가공하여 제공한다. 제공된 데이터를 가지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보다 편하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렇듯 만들어진 데이터가 공개소프트웨어의 형식으로 제공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의해 수정 보완되는 ‘선순환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제공에서부터 공개소프트웨어까지 오픈 서비스형태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진흥원 김태열 팀장은 공개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해 “한국은 아직 규모가 작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개소프트웨어가 가지는 장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2010년 기준으로 ‘트위터’의 직원 수는 205명이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인구나 사용량을 생각한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직원 수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트위터 어플리케이션의 수는 7만개에 이른다. 기존 개발자 이외에 다른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김 팀장은 “라이센스 비용과 컨설팅 비용까지 내야하는 비공개 소프트웨어에 비해 적은 돈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개 소프트웨어 분야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주도해서 이끌어 나가야 하는 분야라고 김 팀장은 강조했다. “공개소프트웨어를 통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인정받는 다면 우리나라는 프로그램 개발 뿐 아니라 컨설팅과 관련 교육으로 부가 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개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공개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은 현재 주류를 이르고 있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의 입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