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문화관 중강당에서 구성진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왔다. 늦깎이 학생 현자 씨(본명 양미정, 소비자아동 84)의 ‘서울대장학기금마련 사랑의 작은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가수인 그녀에게 이번 콘서트는 여느 공연과는 달리 아주 특별한 무대였다. “졸업하기 전에 학교에 보탬이 될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내 또 다른 직업이 가수니까 노래를 통해서 예전의 나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돕자고 결심했죠.” 이런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가수가 교내에서 공연하는 것을 마땅치 않아하는 몇몇 교수들로 인해 공연 계획은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콘서트를 포기할 수 없었고, 생활대 학과장과 학생처장을 쫓아다닌 끝에 공연 전날에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학과장님, 학생처장님을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결국 허락을 받아내니까 우리 과 교수님들이 ‘양미정이 정말 대단하다, 독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콘서트를 통해서 제 인생의 보람을 느꼈어요.” 그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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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학번으로 입학했던 그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1학년을 마치고 학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후 그녀는 이른바 밤무대 가수로 살아왔지만 학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06년에 학교에 재입학했다. 20여 년 전, 가난했던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며 그녀는 학우들과 어울릴 시간조차 없이 일해야 했던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른바 밤무대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노래는 제 운명인 것 같아요. 가수를 함으로써 저는 제가 살아있음을 느껴요. 노래하는 순간에는 생활고에 대한 근심이나 걱정이 싹 가셨어요.” 그렇게 노래를 좋아하면서 왜 다시 골치 아픈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20년을 넘게 노래만 하다가 방송 가수가 돼 인터뷰를 하려니 아는 것이 없어 대답조차 못했다”며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부가 꼭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학점을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의 필요를 느꼈고, 진정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 역시 노래만큼이나 좋다고 덧붙였다. 기억에 남는 강의를 꼽을 때에도 전공인 가족아동학 이외에 음대 강의에서 하나를 꼽았다. “‘서양음악의 이해’라는 과목이었는데 제가 트로트 가수다 보니까 교향곡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근데 이 수업시간에 교향곡을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쫙 돋으면서 역시 음악은 서로 맥이 다 통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녀는 음악뿐만 아니라 학업생활에도 열정적이다. 부엌, 화장대, 운전대 등 시선이 가는 곳마다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