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종합시사월간지’를 표방하는 (이하 저널)을 읽을 때 마다 저는 ‘아’하는 짧은 탄성을 속으로 내지르곤 합니다. 저널이 다루는 소재의 다양성에 한 번, 여느 언론에 뒤지지 않는 취재력에 또 한 번. 지난 88호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17대 대선]을 다룬 특집 기획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먼저 설문조사를 통해 서울대 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직접’ 분석한 저널 기자 분들의 노고에 ‘아’하는 감탄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말의 아쉬움을 표하고 싶네요. 그 이유는, 기획에서 저널만의 특색–혹은 정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고, 기획이 ‘너무’ 평범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선과 관련한 대학생 설문조사나 대선 후보 인터뷰는 여타 언론에서도 많이 (그리고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사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도 을 비롯한 학보사들의 연합취재결과가 비슷한 시기에 실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저널(혹은 학내자치언론)이 다른 언론과는 비교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이 더 유의미한 언론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색깔로서 조심스럽게 ‘현장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일차적으로 서울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러 주체들을 언론활동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이는 소위 ‘학내 이야기’만 해야 된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학교라는 현장을 다른 사회와 유리된 어떤 닫힌 곳쯤으로 여기게 하는 학내/외 이분법은 항상 경계되고, 극복되어야 합니다. 내 삶과 학교, 학교와 전체 사회를 조망하고 그 연결고리들을 발굴/추적해 나가는 것. 그 출발점을 ‘내 삶과 학교’에서부터 찾는 것이 ‘현장성’이자, 저널과 같은 학내자치언론이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색깔이 아닐까요.[17대 대선]기획을 읽으면서 느꼈던 일말의 아쉬움은 다음과 같은 기획 구성을 통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각자가 대선을 어떻게 의미화 하고 있는지 좀 더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는 ‘좌담회’ 같은 자리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혹은 한윤형씨의 기고 글–특히나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처럼, 대선에 대한 여러 서울대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오피니언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피상적인 결과에 그칠지도 모르는 설문조사나, 우리의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넘어, 대선에 대한 저널 여러분들의 ‘직접적인 고민’이 반영된 참신한 기사들로 구성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 ‘참신함’을 고민하는 과정, 어떤 여러 다양한 주체들의 ‘어떤’ 오피니언을 ‘어떻게’ 실을 것인가에 대한 저널 여러분들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저널의 색깔 또한 발현되지 않을까요.분량이 길지 않은지라 다소 거칠게 이야기하고 말았네요. 행여나 만드시는 분들 힘을 빼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저 독자의 질정으로 너그러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무쪼록, 더 많은 사람들이 ‘아’ 소리를 내며 감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재욱(정치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