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티켓?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잉?

지난 8월 1일 서울시는 G20을 맞아 10월부터 시행될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놓았다.택시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에서다.이 행정명령은 승차공간에 기사의 개인물품을 보관하거나 택시 내부에서 흡연할 경우 기사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 8월 1일 서울시는 G20을 맞아 10월부터 시행될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택시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 행정명령은 승차공간에 기사의 개인물품을 보관하거나 택시 내부에서 흡연할 경우 기사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사가 세면, 면도, 머리감기 등의 개인청결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에도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택시 기사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는 서울시 공무원과의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진행자 김미화 씨가 서울시 공무원에게 “승객이 택시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서울시 공무원은 당황해하며 “나중에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G20 정상회의 준비, 서울시는 못 말려?!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조례는 택시기사들의 큰 반발을 가져왔다. 택시운전 경력 10년의 장모 씨는 “G20이 솔직히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높으신 분들이 정부에서 준 차타지, 길에서 택시잡고 타나”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 120만원이나 되는 과다한 과태료가 가장 문제가 됐다. 택시기사가 하루에 10만원을 벌기 어려운 사실을 모른 채 결정된 탁상공론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울시는 슬그머니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서울시와 정부의 행정조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15일에는 광화문 개문식이 열렸다. 12월에 복원을 마무리하겠다는 당초 계획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문화재청이 올해 3월 광화문 복원공사의 5개월 단축공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위해 대구-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2구간 개통도 앞당겼다.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미관을 위해 강남구청에서도 G20 정상회의가 열릴 코엑스 주변의 전봇대 2000여개를 뽑겠다고 밝혔다. 고속도로의 덩굴은 미관을 위해 제거하고,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정상들이 이동하는 이동로와 공항 근처의 콘크리트 벽에는 녹화사업을 실시한다. 최근 서울시가 공중전화 부스를 교체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택시기사의 청결상태까지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G20을 앞둔 서울시가 보이는 면에 집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G20 정상회의 홍보, 그 의의보다 글로벌 에티켓에 치우쳐 미관정비보다 더욱 집중하는 분야는 홍보다.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G20 정상회의 관련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자체 계획에 따른 행사 및 홍보 실적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빈칸 채우기 숙제는 이러한 요구를 충실히 수행한 한 사례다. G20 정상회의를 맞아 G20 정상회의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물 또한 쉽게 발견된다. 큰 국제행사의 유치를 홍보하는 것은 이전 APEC과 월드컵 개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내용이다. 최근 지하철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각종 G20 정상회의 관련 포스터와 동영상은 G20 정상회의 자체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다. 홍보물은 대부분 서울 시민들의 태도와 에티켓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홍보대사 한효주 씨가 “글로벌 에티켓으로 완성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 우리가 대한민국 외교사절입니다”라는 멘트가 흐르는 광고가 가장 대표적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이를 ‘G20 에티켓’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에티켓 프로젝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G20 에티켓은 총 일곱 가지로 ‘지하철에서 통화도 소곤소곤, 통화도 작게’와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뿐만 아니라 ‘인터넷 악플은 그만!’과 ‘건전한 음주 문화’와 같이 G20 정상회의와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에티켓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에티켓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는 이전의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다른 국가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었다. 토론토에서 거주 중인 송민진 씨는 “토론토에서는 G20과 관련한 글로벌 에티켓에 대해 홍보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 동안 어떤 도로가 막혀있는지에 대한 공지사항만 있었다”며 한국의 글로벌 에티켓 운동 홍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G20 정상회의의 공식 블로그에서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시민의식선진화를 통한 국격 상승을 염원하는 행정안전부 주도의 ‘시민실천운동’ 발대식 행사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발대식 이후 행보에 대해서 보도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행정안전부가 주도한 ‘국민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한 ‘G20글로벌에티켓운동연합’이라는 단체는 인터넷에 어떤 정보도 검색되지 않았다. 지속적이지 않은 일회성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G20 정상회의 자체에 대한 홍보보다 글로벌 에티켓 홍보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서울시 G20 기획지원팀 박세중 팀장은 “G20 기획지원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국무총리 산하 국격재고팀에서 G20과 무관하게 진행하는 시민생활4대실천운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티켓 홍보를 담당하는 서울시 행정과의 관계자 임현정 씨 역시 현재 진행되는 글로벌 에티켓 홍보에 대해 “국민들이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쉽게 지나치는 에티켓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G20을 계기로 좀 더 활발하게 시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무총리실 소속인 국격재고팀에서 시민생활4대실천운동으로 ‘운전 예절, 지하철 예절, 쓰레기 버리지 않기, 인터넷 악플 쓰지 말기’ 등의 4대 과제를 선정해 제작한 홍보물을 서울시에서 배포하고 있는 것이고 G20만을 위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격재고팀과 함께 시민생활4대실천운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정안전부 역시 이것의 관련 주제를 G20과 국격상승이라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에티켓의 홍보내용이 실제 국민들이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방문을 위해 당연히 지켜야할 것들인지에 대해 묻자 “담당자가 교육 중이기 때문에 담당자가 돌아오면 답변해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G20 정상회의 준비하는 내부에서도 G20 정상회의에 대한 홍보가 그 자체의 의의보다 글로벌 에티켓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미 존재했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이동휘 교수는 “G20 정상회의를 위해 매번 모이는 회의에서 지난주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의 의의나 그 목적, 내용을 좀 더 홍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며 현재의 홍보 방향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심정을 내비쳤다.외국인님 따로 있고, 외국인놈 따로 있고? ‘외국인 모시기’를 위한 위 같은 노력과 달리 기존에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정부의 조처는 사뭇 상반된다. G20 정상회의를 위해 경찰과 법무부는 6월에서 8월까지를 불법체류자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명분은 이주노동자의 일자리 잠식과 잠재적 범죄 폐단을 막기 위해서였다. 집중 단속기간 동안 대규모로 지원된 경찰은 영장 없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이영 사무처장은 “실제 집중 단속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이 밝힌 이주노동자들의 피해사례는 다양했다. 자진출국을 위해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받고 있던 이주노동자가 불심검문에서 단속 되고,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던 환자를 출입국으로 인계하기도 했다. 단속 과정에서 저항한 이주노동자를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미 단속된 중국 국적의 윤 모씨를 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조사실에서 소속 운전원이 머리와 복부를 가격해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G20이라는 국가가 정상회의를 위해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해야할 이유가 없다”며 이주노동자단속 강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단속 대상이 된 것은 이주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거리의 노숙인들과 노점상 역시 정부의 단속에 직면했다. 지난 5월 26일 복지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경찰청, 서울시가 참여한 G20 대비 노숙인 대책회의에서는 ‘노숙인의 자활을 위한 근원 대책’을 발표했다. 노숙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자립능력을 갖추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치였다. 복지부는 이 대책회의가 G20 정상회의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노숙인 단체인 홈리스 행동 측은 청와대가 주재한 G20 정상회의 대응회의의 안건으로 홈리스 문제가 다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숙인 대책회의는 노숙인 200여명에게 추가적으로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실내 급식소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홈리스 행동 측은 “임시거처 제공의 경우 내년 예산 확보 전망이 불투명하고, 실내 급식소와 같은 경우 현재 실외에서 실시되는 무료급식의 장소를 옮기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 정책의 목적이 노숙인들의 자활보다는 단기간 “노숙인들을 지붕 아래로 모이게 하는 것”에 있다고 비판했다.노숙인을 잠시 숨긴다는 의미다. 노숙인들의 단속 과정에서도 자고 있는 노숙인들을 깨워 불심검문을 하거나 특별한 이유도 고지도 없이 고시원의 노숙인들을 불심검문하는 등의 인권침해 역시 자행됐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이영 사무처장은 “사회의 최고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상이 아닌 제거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인권을 무시하고 취약계층을 외면하면서 선진일류국가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표정들이 왜 이래요, 집회․시위 한두 번 금지당해 본 사람처럼? 이밖에도 일반 시민들의 통행과 집회․시위 역시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제한된다.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서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법안에 반대하자 수정안을 마련해 이를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처리과정에도 문제점이 많은 이 법은 G20 정상회의 동안 주변 지역의 경호안전 구역에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다. 이 경호 안전 구역은 주변 상가를 모두 쉬게 하고 코엑스를 중심으로 펜스가 둘러지게 된다. 코엑스 근처에는 38개의 검문소가 들어서, 사람들에게 불심검문을 요구할 수 있다. 불법 집회 및 시위를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정상들이 지나는 골목은 필요에 의해 교통이 통제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G20 정상회담을 개최한 캐나다의 토론토 역시 회의장 주변 지역의 상가를 모두 닫고 행사가 열리는 메트로 컨벤션 센터 주변을 높이 3m가 넘는 펜스로 둘러쌌다. 그리고 펜스로부터 5m 가까이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불심검문을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한다는 특별법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이 집회․시위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더욱 큰 문제가 됐다. 캐나다 야당은 경호비용 뿐만 아니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여당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게다가 이러한 노력과 엄청난 경호비용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토론토로 몰려든 사람들의 집회와 시위는 회의 기간 내내 이어졌다. 회의장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자, 펜스 밖의 집회와 시위는 더욱 과격해지고 결국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피해를 낳았다. 캐나다에 거주중인 송민진 씨는 “우선 도로를 이용하는 데 너무 불편해 시민들이 화가 많이 난 상태에서 경찰들에게 불심검문까지 받으니까, 시민을 보호해야하는 경찰이 죄 없는 시민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많은 시민들이 비난했다”며 “G20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 G20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여당의 반인권적인 조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현행 집시법 상으로 충분히 집회와 시위를 규율할 수 있음에도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참여연대의 공익법센터가 G20 경호안전 특별법을 헌법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이주노조위원장 미셸 씨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지켜달라며 단식농성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갔다. 그러나 합동 단속으로 인한 피해는 G20 정상회의가 가까워질수록 더 늘 것으로 관련 단체들은 예상했다. 공항의 테러 방지를 위한 알몸 투시기는 한국인권위원회에서 설치 보류를 명령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선진 일류 국가를 지향하며 국민들에게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치는 국가의 뒷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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