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로 ‘종북 논란’이 크게 번졌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학내 정치조직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대저널>은 서울대 학생정치조직들이 ‘종북’ 논란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봤다. 인터뷰는 ‘통합진보당 서울대 학생위원회(통진당)’와 ‘서울대 변혁모임(변혁모임)’ 관계자와 진행됐으며,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담 형태로 구성했다.
서울대저널 국정원과 검찰이 지난 마포구 합정동 모임의 녹취록 등을 근거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인사들과 관련단체 인사들을 형법상 내란음모죄 및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통진당 검찰의 발표를 보면 ‘RO’라는 조직이 있고, 그곳에서 내란음모를 했다는데, 그 조직의 결성 시기, 혹은 그 조직이 운영됐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5월 12일 그 강연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 교육이었다. 유일한 증거로 내놓은 녹취록도 완전히 원본 전문이 공개된 것도 아니고 ‘절두산 성지’가 ‘결전성지’로 바뀐 등 손을 거친 부분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내란음모를 적용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유롭게 나온 말들이나 다른 맥락에서 나온 말들도 그 안에서 ‘총기’와 같은 단어가 나왔다는 식으로 문제를 삼으면 모든 대화가 문제가 되고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변혁모임 진짜로 내란음모를 했느냐에 관해선 국정원이나 경찰에서 이야기하는 증거 중 녹취록을 제외하면 밝혀진 게 없다. 추가 수사에서 밝히더라도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을 거치며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공안사건 조작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신뢰할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측에선 내란음모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처벌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대화를 한 것으로 내란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음모든 실행이든 내란 일반을 처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가령 자유주의에서도 저항권을 인정한다. 민중들의 저항권 행사 과정에서 내란으로 보일 수 있는 저항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내란 일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서울대저널 과거 존폐 논란이 일었던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가 적용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통진당 그 조항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권의 반대세력을 옥죄기 위해 이용된 측면이 크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찬양고무죄, 혹은 국가보안법 자체가 해석이 열려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같은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법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죄의 유무를 다르게 판단되는 등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악용돼왔다. 지금까지도 폐지되지 않은 이 법은 언제든 악용될 수 있으며, 이번이 그 사례인것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법이라고 본다.
변혁모임 국보법은 항상 철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치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이석기 의원 사건도 찬양고무죄가 적용된다 하는데 그것도 정치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당연히 반대를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저널 많은 학생들은 6.15나 통합진보당계열 학생단체가 북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추종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통진당 우리가 북한의 어떤 정책을 추종, 또는 찬양하는 활동을 하거나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 혹은 ‘개성공단을 재개하자’ 등의 발언들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보는 관점에서 나오는 것인데 ‘종북’이라는 공격으로 이러한 맥락이 모두 묻힌다. 북한에 인권, 경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는 학생들의 지적은 인정한다. 하지만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종북이다’라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학내 및 사회 문제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그 중에서 북한에 관한 문제가 있으면 합리적인 설명이나 구체적인 우리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변혁모임 북한이 자국의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는 체제라는 건 사실이고 이는 도외시 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북한에 동조하는 것 자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느냐는 문제는 이와 별개다. 지금 안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종북 세력의 대남심리전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남한 민중의 대다수가 북 체제를 옹호하고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오히려 안보를 이야기하며 종북 척결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반공 이데올로기 안보논리를 퍼뜨리고 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다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이는 말도 안 되고, 국내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서울대저널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이 ‘종북’이라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의 정권의 세습이나 핵실험 등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이러한 의심을 부른다는 지적이 있는데, 해당 사안에 대한 견해와 입장은 어떤가?
통진당 예를 들어 누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에게 “김정일 개새끼 해봐”라고 했을 때 실제로 “김정일 개새끼”라고 하면 남북관계에 큰 문제가 생긴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고려도 있고, 한국 사회에서 북한 정권이나 핵실험 등에 대한 비판은 모두가 하고 있는데 ‘굳이 우리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견도 있다. 한반도 정세에는 미국의 패권주의 작용 등 여러 배경들이 있는 건데, 이런 복합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비판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서울대저널 최근 널리 쓰이는 ‘종북’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추
종하는 세력을 ‘종북’이라 일컫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종북’ 이라는 말이 보수 세력의 낙인찍
기 프레임을 대변하는 ‘나쁜 단어’ 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 ‘종북’은 너무 심하니 ‘친북 세력’, ‘주사파’, ‘자주
파’ 등의 단어를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지적과주장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통진당 통합진보당이, 혹은 이석기 의원으로 대표되는 사건 관련자들이 실제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집단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서부터 틀렸다. 종북이라는 말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실체적 근거도 없이 종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즉 지금 ‘종북’이라 불리는 세력을 고립시키고 깎아내려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변혁모임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일심회 사건 때문에 평등파가 따로 진보신당으로 나올 때 심상정 의원이 ‘무조건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며 종북이란 말을 했던 것으로 안다. 종북주의라는 말은 소위 범 진보진영에서 나온 말이다. 그것이 지금 보수언론과 우파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종북’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깊은 말이고, 이 말을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서울대저널 보수 세력은 물론 진보 세력 내에서도 한반도의 정세를 ‘미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낡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진당 이건 통합진보당 전체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생각인데, 실제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은 변하지 않았고 요즘도 전시작전권 문제 등 경제적, 군사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분단국가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복지예산으로 쓰는 예산을 군사비 등으로 지출한다. 이런 점을 빼놓고 노동 등에 대한 논의만으로 한국 사회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충분히 함께 논의할 것이 많은 지점임에도 이처럼 무작정 비판하는 데엔 현재 여론이 좋지 않은 세력과 선을 그어 반사이익을 노리고자 하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혁모임 이러한 지적은 미국을 어떻게 보느냐와 긴밀하게 연결이 돼있다고 생각한다. NL운동가들은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들도 미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잘못됐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미국이 평화에 대한 위협과 제3세계의 빈곤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이 제국주의적이고 이에 맞선 투쟁을 해야 된다’는 논점에 반대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좌파라 볼 수 없다. 다만 ‘미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북한에 대한 옹호’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것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비판은 이와 별개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민중을 억압하고 있는 기형적인 체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부분은 올바로 지적해 가면서 NL운동을 극복해야 한다.
서울대저널 현재 한국이 북한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단체로서 대립적, 적대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민족 간 화합을 이루기 위해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가?
통진당 큰 틀에서는 평화적 통일 과정에서 대화 협력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핵무장 등의 정책들을 내놓는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대화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통일의 대상인 북한과 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느냐에 있어서 6자회담이나 4자회담과 같은 자리들을 더 많이 만들고 양국의 접촉이 잦아져야 한다.
변혁모임 북한과는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등, 한국이 미국과 동조해서 북한을 경제적, 혹은 정치·군사적으로 고립을 유발시키는 행위는 결코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민중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없어져야 한다.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의 뭐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남북한 민중이 연대할 필요성도 있다.
서울대저널 범 진보계열 일부에서는 보수의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진보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른바 자주파 혹은 주사파 세력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범 진보세력이 자주파와 결별하면 보수세력의 ‘종북’ 프레임이 사라지기는커녕 다음 타겟은 범 진보계열 전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진당 이번 추석 때 새누리당에서 배포한 유인물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누가 대한민국의 적을 국회에 들였습니까’라는 문구가 써 있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권연대 때 같이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통진당에 대한 공격은 어느 정도 끝났다고 보고 ‘야권 연대를 해서 통진당이 국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식으로 다음 타겟을 민주당으로 설정한 것이다. 실제 요즘 친노 계열과 NLL에 대해 계속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 세력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세력이 정치적인 타겟이 된다. 작년 대선 토론이나 국회 의정 활동에서 눈엣가시였던 통합진보당을 공격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고,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입장 등은 예전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달랐지만 한국 사회에 보다 중요한 문제를 위해, 일반 서민을 좀 더 대표하기 위해서 진보세력들이 단결했던 것인데 그 안에서의 정치적인 이유로 분당·탈당이 많았다. 최근 이런 사례를 겪으며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들이 다시 단결할 때가 아닌가 한다.
변혁모임 NL운동을 비판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 자신의 과제고 노동자 계급정치의 목표지 현 체제의 공안 당국에게 맡길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현 체제 또는 정권에 반대하는 그 누구도 공안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안탄압과 관련해서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현실적 피해자들도 있현 체제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 같이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