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학 선거에서 가장 이슈였던 사안은 역시 시흥캠퍼스다. 선거에 출마한 두 선본 모두 본부의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대응방안을 주된 공약으로 내걸었고, 총학생회 선거와 함께 총학생회 차원의 총력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동의를 묻는 총투표를 시행했다. 본부 측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큰 사업이고 이로 인해 향후 학교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시흥캠퍼스는 서울대 법인화와 닮아있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두 사안이 학생사회에 일으킨 파장은 규모가 많이 다르다.
법인화 투쟁 당시 본부 점거는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300여 명이 아크로에 모여 총회를 열었고, 5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본부 점거에 참여했다. 당시 학생조직에 속한 학생 뿐 아니라 ‘원자화된’ 학생들 개개인의 참여도 활발했다. 본부 점거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도 법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법인화는 뜨거운 화제였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투쟁에 대한 일반 학생 차원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본부 점거에 비해 본부 앞 천막농성은 아무래도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마저도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와 단과대 학생회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어렵게 지켜내고 있다. 보다 큰 규모의 투쟁을 위해 총투표를 진행했지만 전자투표 도입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저조하다. 천막투쟁을 시작한 날조차 스누라이프에서 이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했고 많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해 찬반 여부를 떠나 별 관심이 없다.
이 같은 온도차의 가장 큰 원인은 ‘나와 무관하다’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 본부의 일방적 추진이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법인화 당시 ‘순수학문에 속하는 내 전공이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르면 2018년 완공이라는 시흥캠퍼스에 대해 ‘내가 원치 않게 시흥캠퍼스에서 생활해야 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불안을 느끼는 학생은 드물다. 총학생회와 시흥캠퍼스 학대위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흥캠퍼스에 대한 그들의 문제의식이 학생사회 일반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나는 떠나면 그만’이라는 의식은 해당 사회의 문제 해결에 있어 큰 장애물이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 여름 교복은 상, 하의 모두 짙은 녹색으로 마치 인민복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었는데, 여름철마다 학생들이 등하교 때마다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훌륭한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복 변경을 놓고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교복을 바꾸자는 의견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교복이 바뀌어 봐야 새로 들어올 신입생부터 적용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에게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과 ‘나도 당해 봤으니 앞으로 들어올 학생들도 당해 봐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낳은 결과다. 덕분에 여태까지도 짙은 녹색 교복은 모교의 전통 아닌 전통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의식은 다음 총학생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학점과 자격증 취득, 고시준비, 청춘사업을 위한 수많은 투쟁으로 이미 지친 학생들에게 ‘당신은 졸업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앞으로 입학할 신입생들을 위해 시흥캠퍼스 RC 추진 저지를 위해 싸워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공감을 얻을 것인가. 어려운 문제지만 시흥캠퍼스 투쟁에 있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