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406호에는 마당극 동아리 ‘마당패탈’의 동아리 방, ‘탈방’이 있다. 마당극은 탈춤, 풍물 등의 전통 연희를 계승해 70년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연극의 한 양식이다. 80·90년대를 지나 요즘 학생들에게는 생소해진 마당극이지만 마당패탈은 여전히 흥겨운 마당극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5월과 10월에 여는 창작 마당극에서 마당패탈은 연기, 연주는 물론이고 기획, 연출, 각본까지 직접 소화한다. ‘탈아(마당패탈 회원)’들은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극에 담아낸다. 지난 10월에 상연한 ‘애물단지’에서는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으며 과중한 노동시간과 가족제도에 대한 의문을 그려냈다. 방학이 되면 극 준비의 일환으로 ‘전수’를 떠난다. 전수는 전문가로부터 직접 탈춤과 악을 배우는 활동이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강령탈춤 전수를, 겨울방학에는 고성오광대와 사물놀이 전수를 다녀왔다.
이렇게 탈아들의 손에 만들어진 마당극은 독특한 방식으로 상연된다. 극이 상연되는 무대는 객석과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 열린 형태를 지향한다. 객석은 무대를 둘러싸는 반원형이나 원형으로 마련된다. 무대 장치와 소품은 간소해서 배우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를 펼칠 수 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곳이 무대가 되는 식이다. 배우는 무대를 둘러싼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관객을 무대로 끌어오기도 한다. 배우에게는 관객의 호응을 이끌고 관객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잇는 재치 있는 애드리브가 권장된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즐기는 극이 마당패탈에서 추구하는 극 형태에 가깝다.

▲탈아들은 마당극 준비기간 동안 주제 회의와 세미나를 통해 극의 주제의식을 다듬는다. 사진은 ‘애물단지’ 공연 모습.
ⓒ마당패탈
마당패탈은 ‘관악 문예운동의 선봉’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문예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어진 시대이기에 탈아들은 문예운동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 회장 선거는 그런 고민이 반영된 마당패탈의 독특한 전통이다. 후보는 추천서를 받기 위해 선배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동아리연합회장, 학생회관 관리인, 청소노동자를 찾아가기도 한다. 마당패탈 회장 김도현(물리 11) 씨는 “학생회관 엘리베이터를 쓰는 것부터 늦게까지 라운지를 쓰는 것까지 그 분들께 신세지는 게 많다”며 “계속 얼굴 보고 신세지는 분들께 인사드리는 의미에서 추천서를 받는다”고 그 뜻을 밝혔다. 선거 간담회에서 탈아들은 마당극의 의미, 탈방의 가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생각을 나눈다.
김도현 씨의 목소리는 마당패탈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할 때 더욱 생기가 넘쳤다. 김 씨는 “전통 문화를 전수받아 탈춤을 추고 악을 치는 것부터 해서 마당극 자체가 독특하고 재미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일주일간 전수를 떠나고, 밤을 지새우며 공연 준비를 하는 동안 마당패탈은 탈아들이 관심 있는 주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전통 연희와 마당극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품고 있는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작품으로 승화시켜 신명나게 놀아보고 싶다면, 탈방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영상제작 동아리 ‘생각을담는틀’에서 제작한 ‘타라세사:탈아들의 세상사는 이야기’(2012)는 유튜브에서 ‘타라세사’를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