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인성교육인가?

2014년 5월 26일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발의했다.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100여 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은 ‘인간의 인성이 인간의 가치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골자로 한다.이 법안은 2014년 2월 18일 법안 제정을 위해 열린 첫 공청회에서 시작됐다.

2014년 5월 26일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발의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100여 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은 ‘인간의 인성이 인간의 가치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2014년 2월 18일 법안 제정을 위해 열린 첫 공청회에서 시작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청회엔 10여 명 남짓한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성’의 정의, 구체적인 교육 방법 등에 이견을 보였다. 정책 입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준석 방지법’이라는 별칭으로 언론에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와 덕목으로 ‘예, 효, 정직, 책임’ 등을 꼽는다. 법률안이 ‘인성’의 개념을 일정 정도 정의한 것이다. 하지만 입법기관이 자의적으로 ‘인성’의 정의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좋은 것’의 의미를 내포한 ‘인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구성원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인성’의 핵심 가치를 일률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수 있다. 설령 ‘인성’이라는 가치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논의, 발의되는 모양새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인성교육진흥법은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상임대표인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초 공청회를 열어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여야 정치인과 교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당시 공청회에 참여한 한 교사는 “교사,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인성’을 가르치는 형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바른 품성을 깨우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정 소수가 ‘인성’을 정의하는 것과 인성교육이 일방향의 교육에서 그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정 의원이 앞장서 발의한 현재의 법안은 인생교육이 양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인성교육진흥법은 피교육자인 학생들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이 인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국회의원 소수의 의견만을 반영해 인성을 자의적으로 정의했다. 인성과 같은 가치 개입적인 단어의 정의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 교류를 필요로 한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소수 중장년층 정치인의 견해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전반의 다양한 입장을 청취해야만 했다.

인성교육 체계 또한 일방향의 형태를 취한다. 법안에 따르면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인성교육위원회’는 20명으로 구성되며, 교육부장관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차관, 인성교육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위원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형태로 선발된다. 위원회는 ‘국가인성교육진흥원’에서 인성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인성교육을 위한 각종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인성교육 평가의 항목과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역할도 맡는다. 인성교육의 준비부터 평가의 모든 과정을 인성교육위원회가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관료 집단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고 애매모호하게 일컬어지는 사람들 몇 명이 ‘인성’에 대한 개념정의와 교육 내용을 독점하는 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 자리에 ‘인성’을 가르칠 교사와 교육을 받는 학생, 그리고 다양한 계층, 계급, 성별, 세대의 목소리는 없다.

법안이 초, 중, 고등학생들만을 교육 대상으로 삼은 것도 아이러니다. 국회의원과 언론은 “이러한 법안을 통해 선장 이준석과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정작 그들이 말하는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예의 바르게’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제자리를 지킨 학생들이었다. 사람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교사와 승무원 등도 대부분 사회에 갓 발을 내딛은 젊은이들이었다.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선장 및 승무원, 과적과 선체 불법 개조를 묵인한 이들, 체계 없는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당사자들은 모두 기성세대다. 이들은 빼놓고 자라나는 어린아이들만 ‘교육 대상’으로 삼는 법안은 참사의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이준석이 될까하는 노파심에 교육과 교화를 부르짖기 이전에,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을 위한 ‘인성 교육’을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인성교육법진흥법은 100여 명에 달하는 여야 정치인의 호응 속에서 발의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과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안은 구상 과정, 목표, 그리고 실효성 등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정 인성 내용만을 일방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인성교육이 참된 인성의 학생들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또 학생들만 바르게 교육받는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재발하지 않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침묵한 채 ‘인성’만을 외친다면 이 법은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질 것이다.

어느 불온한 시선_사진1.JPG

▲2013년 2월 18일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의 창립 기념식이 열렸다. 이후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은 인성교육진흥법 발의를 주관했다. 참석한 인물들은 모두 중장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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