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강남역 8번 출구.’ 기자생활 1년 만에 ‘입구역 3번 출구’만큼이나 익숙해져버린 지명이다.그곳은 삼성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는 ‘삼성타운’이 있는 곳이다.언제나 이곳에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비롯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일반노조’ 등에서 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멈추질 않는다.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남역 8번 출구.’ <서울대저널> 기자생활 1년 만에 ‘입구역 3번 출구’만큼이나 익숙해져버린 지명이다. 그곳은 삼성 계열사들이 입주해있는 ‘삼성타운’이 있는 곳이다. 언제나 이곳에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비롯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일반노조’ 등에서 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동자들은 삼성타운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55일의 투쟁 끝에 삼성으로부터 ‘협력사 지원방안’이라는 성과를 쟁취했다. 기자는 그 해 12월 호에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현실을 지면에 실었다. 그로부터 겨우 2권의 책 밖에 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또 한 명의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지고 먼 길을 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방문한 ‘강남역 8번 출구의 사람들’은 2주째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스팔트에 누워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해, 기자는 해당기사를 쓰겠다며 천안이며 분당이며 가릴 것 없이 쏘다녔다. 어떤 날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업무를 취재하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자정이 다돼서 돌아오기도 했다. 정기자 첫 달에 받은 수백 장의 명함은 3개월 만에 반이 됐다. 그런데 그렇게 쓰인 기사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삼성타운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삼성의 경비원들이 다가와 기자냐고 묻는다. ‘<서울대저널>에서 왔다’고 하면 ‘서울… 네?’라며 생각지도 못했던 매체였는지 알아듣질 못한다. 이따금 기자들끼리 ‘이거 써도 아무도 안 보니까 괜찮아’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말들을 취재원에게서 들을 땐 더 아프게 다가온다. 며칠 전 삼성타운의 한 노동자는 ‘취재는 한 순간이고 금방 잊히지 않냐’고 했다. 기성언론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우리 매체의 취재는 오죽하랴. 이런 슬픈 생각이 날 때면 으레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거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쫓아가서 욕이라도 할 것이다’

  한 주간지 기자의 취재일기에 실린 이 구절은 짱돌을 던지지 못하면 욕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저널>을 하는 동안 나의 마음가짐이 그랬다. 짱돌은커녕 모래도 못 던진다면 쫓아가서 욕이라도 해주자고….

  기왕에 욕하는 것 더 널리 하자며 지난해 <서울대저널>은 ‘서울대저널TV부’를 발족했다. 서울대저널TV를 시작한지 1년도 안돼 공무집행중인 경찰에게 초상권침해를 이유로 불법체포당할 뻔하기도 했고 대학 자치언론 소속이라고 밝히자 ‘세상에 자치언론이라는 게 어디 있냐’는 소리도 들었다. 학생 매체, 더군다나 기댈 곳도 없는 자치언론으로서의 설움은 많지만 금세 올라가는 수천의 조회 수를 보면 힘이 난다.

  삼성이 우리의 기사를 읽고 반성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믿음이 있다면 어디선가 <서울대저널>을 읽고 있을 학우들이 미래에 이런 문제를 직접 다루는 자리에 갔을 때 우리의 기사를 조금은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말없이 올라가는 조회 수와 비어가는 배포대를 보며 내일도 나는 꿋꿋이 취재현장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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