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대저널>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는 나름대로 ‘귀 뚫리고 눈 트인’ 대학생이 되고 싶어서였다. 대학생이 되면 항상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소통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고등학교 생활과 다를 바 없는 4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곧 들었다. 기자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사회에 대해 차근차근 배워나가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뿔싸. 처음 정기자로서 취재를 시작하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취재하면서 알아나간다는 말도 맞지만, 우선 많은 것을 알아야 취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취재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많이 알아야 했다. 그나마 호의적인 취재원들을 만날 때는 잘 모르는 점이 있더라도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배우면 됐다. 하지만 인터뷰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취재원들 앞에서 말문이 막힐 때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전조사를 하기는 했다. 의료민영화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최근 이슈를 다룬 강연을 들었고, 노동문제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관련된 법조항들을 꼼꼼히 읽어봤다. 관련 기사들도 찾아봤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다보면 생소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시험문제에 비유하자면 시험범위만 판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탄탄한 내공과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기사를 작성하는 데도 막히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너무 일찍 <서울대저널>에 들어왔나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 개의 기사를 무사히 작성하고 지금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자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지 않았을까. 물론 다른 계기로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그것을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기자 활동은 품이 좀 많이 들긴 해도 꽤나 효과적인 수단인 것 같다.
이번 호를 통해 세 권의 책과 세 편의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겼고 일부는 취재과정에서 읽거나 봤다.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늘어났고 그 중 반만 소화해도 전보다는 선방이다. 시사주간지에 괜히 한 번 더 손이 간다. 취재를 통해 앎의 필요성을 느낀 나는 더욱 알고자 노력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더 풍부한 취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양성 되먹임 효과’다.
1학년 1학기, 멋모르고 <서울대저널>에 뛰어들어 허둥대며 따라다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대학에서의 첫 방학이 끝나간다. 시원섭섭하게 끝난 첫 기사들을 뒤로하며, 앞으로는 더 배워서 취재하고, 취재하면서 더욱 배우자고 다짐한다. 설익은 모습으로 들어왔지만 떠날 때는 충분히 영근 모습으로 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