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 이대로 괜찮은가
[인터뷰]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1회 수상자 이종산 작가
청년 문학을 보다

[인터뷰]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1회 수상자 이종산 작가

이종산 씨는 2012년 2월 《코끼리는 안녕,》으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대학소설상)’을 수상했다.2012년 6월에 《코끼리는 안녕,》을 출간했고 2014년 7월에는 《게으른 삶》을 출간했다.《코끼리는 안녕,》에서 마리는 열일곱 개의 말을 할 줄 아는 코끼리를 보러 동물원에 간다.그리고 그곳에서 드라큘라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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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산 씨는 2012년 2월 《코끼리는 안녕,》으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대학소설상)’을 수상했다. 2012년 6월에 《코끼리는 안녕,》을 출간했고 2014년 7월에는 《게으른 삶》을 출간했다. 《코끼리는 안녕,》에서 마리는 열일곱 개의 말을 할 줄 아는 코끼리를 보러 동물원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드라큘라를 만난다. 이 소설은 1929년에 드라큘라가 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하는 코끼리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마리를 둘러싼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사의 아래에서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들이 툭툭 던지는 겉도는 말들이 이 거짓말 같은 소설을 이끌어간다.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 씨는 대학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창작을 공부했다. 진로를 고민하면서 큰 기대 없이 투고한 원고로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 문학청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씨의 말을 들어봤다.

Q. 대학소설상 수상작 《코끼리는 안녕,》에 대해 말해 달라.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코끼리는 안녕,》을 썼다. 원고를 대학소설상에 응모한 건 2011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2012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고 그 후 《코끼리는 안녕,》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졸업할 때 다섯 가지 정도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가장 가능성을 낮게 잡았던 게 작가의 길이었다. 하지만 대학소설상 수상으로 인해 가장 가능성을 낮게 본 작가의 길이 다가왔다.

  처음으로 소설을 쓴 건 열두 살 때였다. 물론 그 때는 소설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형태였다.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들을 섞어서 조합한 수준이었고 분량도 A4 10매 정도였다. 그때부터 소설을 조금씩 계속 썼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대학교 3학년부터였다. 3학년 1학기에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었는데 그동안의소설 쓰기와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배웠던 소설 쓰기 사이에 간극을 느꼈다. 지금까지 썼던 건 제대로 쓴 게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졸업할 때까지 문창과 수업을 들었다. 《코끼리는 안녕,》은 소설 스터디를 하면서 썼고 스터디가 끝난 후에 완성했다. 스터디에서 만난 친구들이 글 쓰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같이 스터디를 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단편 스터디였는데 스터디를 끝내고 장편을 쓸 사람만 추려서 다시 스터디를 만들었다. 장편 소설을 써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은 없었다. 스터디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플롯을 짜서 플롯이 구성되면 스터디를 하고 안 되면 안 하려고 했다. 플롯이 짜여 장편 스터디에 참가했다.

  졸업하기 전에 《코끼리는 안녕,》 원고를 대학소설상 공모를 주최한 문학동네로 보냈다.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막연히 문학동네 계간지에 나오거나 해서 수상을 확인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마지막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방학에 집에서 저녁을 다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문학동네 편집부였는데 당선이 됐으니 지금 심사위원을 만나는 게 좋겠다는 전화였다. 얼떨떨하게 부모님께 당선 사실을 말씀드리고 홍대에 가서 심사위원 분들을 만났다.

Q. 졸업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작년에 독립했다. 글 쓰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일을 하고 있다. 다섯 가지 정도로 진로를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그중 가장 가능성을 높게 봤던 건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거나 잡지사에서 일하는 거였다. 대학 입학할 때 국문과 진학을 생각했던 것도 읽고 쓰는 걸 좋아해서 출판사나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4학년 때 잡지 만드는 팀에 소속돼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소설상 수상으로 진로가 바뀌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기 보다는 주변에서 맡기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 이야기 선생님으로 그림책 만드는 일을 했고 행정기관에서 사무 보조 일도 했다. 작년에 첫 직장을 다녔는데 일하면서 모았던 돈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집값과 생활비를 생각해 관악구에서 독립했다. 지금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대학소설상 수상이 글 쓰는 일을 진로로 삼는 데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대학소설상에 당선된 건 된 거고 생활은 생활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주변에 등단한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글 쓰는 일만을 직업으로 갖고 살아가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소설상 상금이 큰 액수였기 때문에 상금 덕분에 글 쓰는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거의 1년 동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게으른 삶》의 초고를 쓸 수 있었다. 《코끼리는 안녕,》이 2012년 6월에 출간됐는데 그때쯤 이미 《게으른 삶》의 초고가 나온 상태였다. 초고를 수정하기도 해야 했고 출판사와 협의도 해야 했다. 생활 문제도 있어서 출간까지는 2년 정도 걸렸다. 《게으른 삶》의 초고를 쓰고 출간되기까지 2년 동안 청탁이 많지는 않았지만 없을 만하면 한 번씩 청탁이 들어왔다. <글틴 웹진>에 중편 《색깔 없는 얼굴》을 4회 동안 연재했고, <문장 웹진>에 단편 《토마토 축제》를 썼다.

Q.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지금까지 쓴 소설에 대해서 독특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평에 대해서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색깔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문체적으로 독특한 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또래의 작가들 대부분이 내 소설과 비슷하게 분절되고 톡톡 두드리고 마는 식의 문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민규 작가나 황정은 작가 등의 기성작가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굉장히 독특한 문장과 문체를 볼 수 있는데 거기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 없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써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문체와 색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는 안녕,》과 《게으른 삶》 모두 원고지 500매 정도의 경장편 소설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에는 단편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다. 그때에는 단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물론 좋은 단편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장편 쓰는 게 재미있었다. 장편이 재미있는 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되는 게 있다.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체력과 근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쓰다보면 조금씩 체력, 근력이 늘고 추진력이 생겨서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원고지 500매의 경장편을 썼는데 장편의 매력을 많이 느껴서 지금은 800~1000매 정도의 장편을 문체와 색을 갖춰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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